“음주운전 처벌 강화” 검찰·법원·국회 이번엔 한목소리

입력 2018-10-21 18:20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21일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했거나 사망 등 피해가 큰 음주 교통사고를 낸 경우 양형기준 내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37만여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부산 해운대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공분이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치권의 관련 법 제정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장관은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음주운전은 무거운 형으로 처벌할 경우 예방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유형의 범죄”라며 “엄벌주의에 의해 처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했거나 음주운전으로 사망, 중상해 교통사고를 야기한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양형기준 내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차량도 압수하라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또 3년간 음주운전이 3번 적발된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하는 ‘음주운전 삼진 아웃제’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함께 지시했다. 3진 아웃제에는 기간과 상관없이 세 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할 경우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이 구형되는 조항도 있다. 상습 음주운전으로 사망·중상해 사고를 내 실형을 선고받으면 가석방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검·경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의지를 밝히면서 사안이 중대한 경우 음주운전자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승자나 음주운전을 유발한 자도 공범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정부의 음주운전 엄벌 기조는 지난 9월 25일 부산에서 휴가 중이었던 군인 윤창호씨가 당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윤씨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현재 뇌사 상태다. 윤씨의 한 친구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37만2847명이 이 청원을 추천해 답변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가 구형량을 높이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종 결정은 법원이 내리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4년부터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벌어질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구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이행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내부 양형 기준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원은 지난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고 만취 상태로 역주행하다 사망 사고를 낸 노모씨에 대해서도 첫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장관은 “법원에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 구형 절반 수준의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구형에 미치지 못하는 형이 선고될 경우 항소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다만 법원도 음주운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며 양형 기준 강화 필요성을 내비쳤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다음 달 19일 음주와 양형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어 이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양형위 관계자는 “음주운전뿐 아니라 음주로 인한 성범죄, 음주폭력 등 음주 관련 범죄행위를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양형 수정 대상 범죄로 선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4월까지인 현재 양형위원 임기 내 수정이 이뤄지기는 힘들다”며 “명예훼손 등 다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수정하고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국회 입법이 더 빠를 수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살인죄에 준해 처벌하는 내용의 ‘윤창호법’(가칭)을 올해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의원은 여야 의원 102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이 법을 22일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하 의원은 “국회의원 3분의 1이 공동 발의한 법안마저 채택되지 않으면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윤창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국회가 살아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동성 안대용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