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한 아이 우리가 지킨다”

입력 2018-10-21 18:39 수정 2018-10-25 22:17
2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동탄 사립유치원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에 참석해 비리 근절 풍선터트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원장들이 내 소중한 아이를 방패막이 삼아 ‘갑질’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 동탄 센트럴파크에서 걱정과 분노가 섞인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탄 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가 구성한 ‘동탄 유치원사태 비상대책위원회’가 오후 4시부터 연 집회에서다. 유치원 비리에 화가 난 부모들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모여 유치원 변화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집회 장소인 동탄 센트럴파크는 평소 주말이면 젊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와 여가를 즐기는 장소다. 이날도 ‘아기상어’ 노래가 들리는 가운데 공원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아이와 함께한 학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부터 공원에 모여든 학부모 시위대는 행사를 위해 준비한 ‘비리 풍선’을 터뜨리며 유치원 비리를 규탄했다. 주최 측은 행사를 위해 준비한 풍선 1000여개가 동이 났다고 밝혔다.

내년이면 유치원에 들어가는 4세 아들과 6세 큰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집회에 참가한 A씨(38)는 “지금 아니면 바꿀 기회가 영영 없을 것 같아 나왔다”며 “당장 다음 달부터 유치원 접수를 하는데 둘째를 안심하고 보낼 곳이 없다”고 말했다. 4세 딸의 손을 잡고 집회에 나온 여성 B씨(35)도 “마음 같아선 홈스쿨링이라도 하고 싶다.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부모들을 행동에 나서게 한 건 감사에 적발돼 실명이 공개된 이 지역 사립유치원이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에 따르면 동탄의 환희유치원 원장 C씨는 교비로 명품 가방을 사고 숙박업소, 성인용품점, 노래방 등에 약 7억원을 사용했다.

다른 학부모 단체 ‘정치하는 엄마들’도 전날 서울 시청역 앞에서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었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하나 공동대표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억울하다는데, 끝까지 발악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나쁜 유치원이 극소수라면 그런 유치원을 한유총에서 제명하면 되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 단체는 교육부를 상대로 비리 유치원 공개가 왜 늦어졌는지 따질 계획이다. 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해 공무원 중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동탄=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