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 사실 인정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 정부 발표는 일부 아랍국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 지지하는 상황이다. 터키 정부는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국제사회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사우디 검찰은 20일(현지시간) 카슈끄지가 영사관에서 주먹 다툼(fist fight)을 벌인 끝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측은 전세기를 타고 사우디에서 터키로 입국한 15명이 영사관 내에서 카슈끄지에게 사우디 귀국을 권하다 우발적으로 몸싸움을 벌였으며, 결국 카슈끄지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18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 등 정부 관리 5명이 경질됐지만, 사우디 측은 살만 왕세자가 여전히 카슈끄지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국제사회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를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우디 당국의 정보는 충분하지 않다. 카슈끄지 사망과 관련해 사우디의 투명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사우디 발표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카슈끄지 사망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왈리드 알 삼마니 사우디 법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카슈끄지 사건의 모든 법적 절차는 사우디 사법권 관할”이라며 “국왕의 철저한 진상 규명 명령은 우리가 이 사건에 정의의 원칙으로 접근한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터키 정부는 사우디 당국의 발표와 관계없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터키 경찰은 카슈끄지 시신이 인근 숲이나 농지에 버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사우디 정부 발표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수사 결과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유세 현장에서 “답을 찾을 때까진 불만족스럽다”면서도 “이 발표는 첫 번째 커다란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우방으로 분류되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지부티 등은 사우디 정부 발표를 지지했다.
이택현 기자
사우디 “카슈끄지 주먹다짐 끝 사망”
입력 2018-10-21 18:54 수정 2018-10-21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