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INF 파기 선언… 신냉전 우려

입력 2018-10-21 18:55 수정 2018-10-21 21:27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과거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원유세를 위해 네바다주 엘코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그동안 수차례 합의를 어겼다. 그래서 우리는 조약을 폐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합의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및 극동 우방국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맺은 조약이다. 미국과 옛 소련이 보유하던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 무기를 폐기함으로써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종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이 2000년대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서로 “상대방이 INF를 위반했다”며 논쟁을 벌였다. 특히 지난해 2월 러시아가 SSC-8 중거리미사일을 실전배치하자 미국은 INF 위반이라며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INF 파기를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그동안 제약 없이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핵 개발 경쟁을 가속화해 ‘신냉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는 미국의 INF 파기 위협에 강하게 반발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안정된 안보를 원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의 INF 파기는 2021년 만기가 되는 뉴스타트(신전략무기감축협정)의 연장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고 경고했다.

반면 영국의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에 “INF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러시아”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