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묶으면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게 잡았다. 지난 7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9%로 내다본 지 석 달 만에 2.7%로 0.2% 포인트 내렸다. 지난 1월엔 3.0%를 전망했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2.7%로 바꿨다. 해외 경제기관들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도 ‘하향 조정’ 흐름에 동참하는 모양새가 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아 낮아진 이면에는 무역전쟁,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 다양한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가운데 그림자를 가장 짙게 드리우는 것은 ‘고용절벽’이다.
한은은 18일 ‘2018∼2019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미·중 무역전쟁 등 연초에 예상하지 못했던 불확실성들이 나타났다”며 하향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6∼2020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8∼2.9%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 부총재보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하향에 따라 (한은 전망치도) 조금 조정됐지만, 과거보다 (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은 한국 경제의 앞길에 긍정·부정 요인이 혼재한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둔화, 주요국 통화정책 변동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은 경기를 끌어내리는 리스크로 꼽힌다. 반면 주요 대기업의 투자 확대 등은 성장을 견인할 요인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고용 부문이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는 연초 대비 3분의 1 수준인 9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9년(-8만9000명)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 1월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었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16만명)도 지난 7월(24만명)보다 크게 낮췄다. 한은 측은 “제조업 고용 부진은 완화되겠지만 서비스업은 도소매·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당분간 고용이 부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가 나아질 요인은 없을까. 한은은 민간소비 증가와 견고한 수출에 시선을 둔다. 근로장려금(EITC) 확대, 소비세·유류세 인하 등의 정책이 소비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도 흑자 기조를 이어간다고 관측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700억 달러에서 내년 620억 달러로 소폭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연초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한은의 취업자 전망
입력 2018-10-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