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라면 연간 대출 상환액이 원금과 이자를 합쳐 3500만원을 넘으면 앞으로 추가 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고위험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70%로 결정했다.
DSR 70%는 개인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70%를 넘길 경우 고위험 대출로 보겠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은 DSR 70%를 넘는 고위험 대출을 총 대출액의 15%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대출을 더 까다롭게 내줄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시중은행의 고위험 대출액이 2021년 말까지 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6월 기준 시중은행의 ‘고 DSR 대출’ 비중은 19.6%로 이미 15%를 넘겼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18일 가계부채 관리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 DSR 관리지표 도입 방안 등을 발표했다. DSR은 거의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합쳐 소득과 비교하는 규제다. 신용대출 등의 경우 원금은 빼고 이자만 산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력하다. DSR은 지난 4월부터 은행들이 고위험 대출을 100∼150%로 시범 운영해 왔다. 이는 소득보다 갚을 빚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큰 기준’이었다.
고위험 대출 기준이 70%로 강화되면 사실상 대출 총량을 옥죄게 된다. 부동산시장 돈줄을 차단하는 효과도 낼 전망이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끌어다 쓰는 시대는 사실상 끝나게 됐다.
예를 들어 현재 DTI로는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서울에서 집을 살 때 연간 원리금 상환액 2000만원(DTI 4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액,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금, 카드 신용대출이 있어도 원금이 아닌 이자만 산정됐다.
하지만 DSR이 적용되면 신용대출은 대출 총액을 10년 분할해 원리금 상환액에 포함시킨다. 한도 1억원 마이너스통장이라면 한 푼도 쓰지 않았어도 1000만원이 원리금 상환액에 들어간다. 다른 신용대출이 5000만원 있다면 500만원이 추가로 잡힌다. 자동차 할부금이나 학자금 대출은 1년간 실제 갚는 액수를 따진다. 자동차 할부금과 학자금을 향후 1년간 1000만원 갚아야 한다면 이것도 DSR 부채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A씨의 경우 마이너스통장 1000만원, 신용대출 500만원, 자동차 할부금 1000만원이 새로 산정된다. DSR로 50%에 해당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1000만원을 넘기면 고위험 대출로 분류된다. 대출 가능액이 확 줄어든다.
강화된 DSR은 오는 31일 신규 대출 신청 건부터 적용된다. 기존 대출을 단순 만기 연장할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대출을 증액하거나 은행을 바꾸면 새로 DSR을 따진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올려도 DSR을 새로 산정한다.
금융위는 서민 실수요자를 배려하기 위해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국가유공자 대상 저금리 대출 등에 DSR을 적용하지 않는다. 단, 다른 대출을 신청할 때는 서민금융상품의 원리금 상환액도 DSR에 부채로 잡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빚내 집 사는 시대’ 끝난다, DSR 70%로 결정
입력 2018-10-19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