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법원이 18일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사법농단 관련 영장 기각을 두고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이날 14개 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사법농단에 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특히 ‘제식구 감싸기’라며 비판을 받는 법원의 영장 기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며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든 사례들이 있다”며 “말도 안 되는 기각 사유”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판사실이어서 압수수색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각 사유도 있는데 왜 이런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민 법원장은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았을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민 법원장은 특히 “(검찰이) 전체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검찰이 기각 사유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영장을 발부하라는 압력으로 보이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민 법원장은 이어 “사실관계를 과장하거나 추측성 비판을 하는 것은 재판권 침해로 여길 수 있다”며 “수사의 밀행성에 비추어봐도 적절치 못하다”고 덧붙였다. 영장기각률이 높다는 지적에는 “통신영장까지 포함하면 평균 발부율이 53%다. 보도된 것만큼 압도적 격차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재 영장전담 판사들이 과거 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과 재판연구관이나 배석판사 등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영장전담 판사들이 행정처 관계자들과 특수관계여서 영장기각률이 높게 나온다는 의심이 불합리하냐”고 따져 물었다. 사법농단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판사들이 재판 업무를 맡고 있는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특별재판부 구성 등 대책을 법원이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제주도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소송 재판장의 참고인 출석 여부를 두고 오후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해군이 제주기지 공사 지연 손해 등을 이유로 강정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낸 34억5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야당 의원들이 “당시 재판장인 이상윤 부장판사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당 여상구 법사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자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다. 약 2시간 만인 오후 4시40분 여당 의원들이 국감장에 돌아왔다. 이 부장판사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 “검찰의 영장기각 사유 공개는 재판권 침해”
입력 2018-10-18 18:37 수정 2018-10-19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