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문턱 높여 1500조 시한폭탄 뇌관 풀기

입력 2018-10-19 04:01
10명 중 2∼3명 당장 체감
소득 30% 여윳돈 입증해야 앞으로 돈 더 빌릴 수 있어
전세대출도 산정 신규 적용… 기존 대출 연장 땐 적용 안해


정부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을 ‘고(高)위험 DSR 대출’로 규정한 것은 불어가는 가계부채 총량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최근 명목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흐름을 보인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빚을 지는 비정상적 경제의 경향을 바꿀 때가 됐다고 정부는 인식하고 있다.

18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은행권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 등에 따르면 은행권의 신규대출 심사는 앞으로 훨씬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그간 은행들이 감지하는 고DSR의 비율은 100% 수준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미결제액, 마이너스통장 등에 쏟는 돈이 연소득 범위 언저리인 차주(借主)들은 그럭저럭 신규대출도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빚을 갚으면서도 소득의 30%가량 여윳돈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돈을 더 빌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고DSR의 상한선을 70%로 긋는 한편 은행들에 평균 DSR의 목표치를 제시했다. 시중은행은 현재 52%인 평균 DSR을 2021년 말까지 40%로 낮춰야 한다. 지방은행은 123%인 평균 DSR을 80%로, 특수은행은 128%를 80%로 만들어야 한다.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에 육박한 이들에게는 어떤 은행을 찾든 문턱이 3분의 1가량 높아지는 셈이다.

DSR에 새로 적용될 담보대출들의 목록도 발표됐다.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 차주의 순자산이 줄어들 수 있는 대출상품들은 DSR 산정에 신규 적용된다. 전세보증금담보대출은 4년간, 예적금담보대출은 8년간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그 액수를 계산한다. 금융위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의 예외 인정 폭을 줄이며 임대료 수입이 적은 임대사업자들의 무분별한 대출도 관리하기로 했다.

강화된 DSR의 영향을 당장 체감할 이들은 10명 가운데 2∼3명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DSR 70%를 초과하는 차주가 전체의 23.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미 100%를 넘긴 이들의 비중은 14.3%다. 이 차주들이 소득을 늘리거나 빚을 줄이지 않는 한 ‘고위험군 낙인’을 피하긴 어렵다.

다만 이런 차주들이 일거에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DSR 자체가 대출을 ‘컷’하는 성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가계대출이 증액 없이 만기 연장될 때에는 DSR을 적용하지 않는다. 새희망홀씨 등 각종 서민금융상품, 국가유공자 대상 저금리 대출 등은 신규대출 시에도 DSR을 산정하지 않는다.

정부는 ‘고DSR’이라는 관리지표 도입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율이 완만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7∼8%대인 가계부채 증가율을 5% 초반대로 떨어뜨려 명목 GDP 성장률에 근접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다. 시장의 혼란까지 무릅쓰겠다는 태도는 아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는 ‘하드 랜딩’ 우려를 감안해 2021년 말까지 목표 수준을 충족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