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금리 동결, 가계부채 부담보다 경기 악화 우려가 컸다

입력 2018-10-19 04:0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50%로 11개월째 동결했다. 김지훈 기자
한국은행이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로 묶었다. 지난해 11월 0.25% 포인트 인상 이후 11개월째 동결이다. ‘금리인상 시간표’가 또 늦춰진 것이다.

다만 금통위가 차츰 인상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가계부채 확대 등 ‘금융불균형’을 우려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지난 8월 1명에서 이번에는 2명으로 늘었다.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가세했다면 금리인상으로 기울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은 총재 등의 고민이 그만큼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한은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금융불균형 누적 문제를 들며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흐름에 부합할 경우 바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었다. 이 때문에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기대감이 높았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에서 ‘신중히’라는 표현을 삭제해 금융안정에 더 유의해야겠다는 의지를 담기까지 했다. 더욱이 “잠재성장률 수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결정적 계기는 금융시장의 불안이다. 최근 금융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 국내외 주가 급락 등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대외리스크가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성장률, 물가 등 거시경제지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거시경제도 상황이 좋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기구(OECD)는 무역분쟁 우려 등을 감안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가 점점 나빠지는 경기 흐름이 금융불균형 우려를 앞서고 있다고 종합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한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크게 낮추면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무리수를 두기도 어렵다. 섣부른 금리인상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미국의 ‘통화정책 시간표’를 감안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오는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앞서 다음 달 한은 금통위가 잡혀 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리스크 확대로 국내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금리인상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금리격차는 연말엔 1.0% 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융 불안을 겪는 나라들은 미국보다 금리가 높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격차가 반드시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은 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