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마음의 상처 치유했어요”

입력 2018-10-22 00:03 수정 2018-10-23 15:30
박상미 더공감마음학교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공감마음학교 박상미(42) 대표는 어린시절부터 우울증을 앓았다. 유명한 신경정신과, 상담 센터를 무수히 다녔다. 하지만 치유가 안 됐다. 24세 때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의 공포와 불안이 원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1970년대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셋째를 낳지 못하게 할 때였다. 어머니는 임신 6개월이 돼서야 셋째가 들어선 것을 알았다. 주변에선 아이를 낳지 말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실제 낙태를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산부인과병원을 여러 번 찾았지만 그때마다 묘하게도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없어서 낳을 수밖에 없었다.

태아시절 무의식 중에 받은 충격은 그가 성장한 뒤에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상처 치유를 위한 긴 여정은 마흔이 넘도록 계속됐다. 그 결과물이 마침내 ‘마음아, 넌 누구니’(한국경제신문 한경BP)라는 책으로 나왔다.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셀프치유서’라고 했다. 돈과 시간이 없어 상담을 못 받는 사람, 너무 마음이 아파 상담센터를 찾기도 어려운 이들을 위한 책이다.

소설가를 꿈꿨던 저자는 마음치유 상담센터 ‘더공감마음학교’를 만들었다. 이곳은 일반인은 물론 미혼모, 소년원 아이들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상담’을 한다. KBS1 ‘아침마당’, KBS2 ‘여유만만’,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 등에 출연도 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카페에서 만난 박 대표는 글쓰기가 상처 치유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책 제목처럼 글을 통해 제게 말을 걸고 대화했어요. ‘뭐가 또 힘들어?’ ‘왜 불안해?’ 등을 묻고 답하며 3년간 글을 썼어요.”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마음의 상처 받은 이들과 함께하면서 스스로 치유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들을 위해 상담하고 강의하고 방송하고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처음엔 입양인을 도왔다. 자기 상처 때문에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했고 36세 때 박사과정을 밟았다. 독일 학술교류처의 장학생으로 뽑혀 방학 때 독일에서 연구했다. 거기에서 한 입양인을 만났는데 그를 통해 입양 세계의 현실을 알게 됐다. 90%는 너무 힘들게 산다는 것을 말이다. 그 입양인은 이를 한국사회에 알리고 싶다며 다큐멘터리를 찍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교양 심리학을 가르치던 독일 영화과 학생들의 도움으로 다큐를 제작했다.

입양인들은 대부분 미혼모의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미혼모를 도왔다. ‘이들은 왜 미혼모가 됐을까, 남편은 어디 갔을까’ 알아보니 일부는 교도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혼모를 위해서는 이 남편들을 변화시켜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재소자를 상대로 강연을 시작했다. 재소자들 가정 일부는 해체, 그 자녀들이 소년원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소년원 상담도 하게 됐다.

박 대표는 경찰대에서 교양수업을 한다. 장래 경찰이 될 학생들과 소년원 봉사도 한다. “소년범들에게 경찰은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 나쁜 사람, 무조건 피해야 할 사람이에요. 이들 경찰이 형이 되고 누나가 되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출소된 후 또 범죄를 강요당하면 자신이 아는 경찰에게 연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울 성수한양교회(김명남 목사)를 섬기는 저자는 지난 여정이 모두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고백했다. “오랫동안 치유를 위해 기도했지만 ‘하나님의 시계’와 ‘자신의 시계’는 달랐던 모양”이라며 “지금 잘 견뎌낸 모습으로 간증하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딱히 전도를 하진 않아요. 법무부가 운영하는 방송국에서 재소자 6만명을 대상으로 ‘치유방송’을 하는데 예수 믿으라고 말하진 못해요. 하지만 강의 끝에 항상 ‘여러분이 버려진 것 같고 혼자 있는 것 같지만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가끔 이런 편지를 받아요. ‘선생님이 믿는 예수님 나도 믿고 싶어요.’”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