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러낸 책] 부족한 자신의 시간마저 사람들에게 나눠준 ‘바보’ 안수현을 다시 만나다

입력 2018-10-19 00:03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사람들에게 바보의사라 불리며 12년 전 33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안수현씨는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사람들을 만나는 데 썼다. 삶을 가장 아름답게 사는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의 최고 표현은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그가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 기억되는 이유다.

책은 안씨를 곁에서 봐온 사람들의 기억 조각들로 채워졌다. 이들이 적어내린 상황들은 모두 달랐지만 이를 통해 드러난 안씨의 모습은 같았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었다. 안씨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누군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내줬고 만나는 사람마다 찬양 테이프와 신앙 서적을 선물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로 가득했다.

안씨의 이런 모습 뒤에는 엄청난 노력의 흔적이 있었다. 엮은이는 이를 분투라 표현했다. 분투했다는 것은 부족한 가운데서도 애를 썼다는 의미다. 완벽한 인격자였다는 게 아니다.

실수와 좌절도 있었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예배와 찬양을 사랑했고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려 최선을 다했다. 그가 생전에 고민하며 쓴 글들은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안씨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다시 나온 건 그와 접점조차 없던 우리들 삶 속에서 그가 분투했던 모습을 조금이라도 엿보기 위함이 아닐까. 하나님을 제일 앞에 두고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안씨의 삶이 우리에게 과제로 다가왔다. “내 육신은 쇠잔해져도 주님께서 기뻐하신다면 내 몸을 드리겠나이다.” 안씨는 이무하씨가 부른 ‘땅 끝에서’란 곡의 가사가 삶의 고백이 되길 늘 기도했다.

안씨가 떠난 후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매해 1월 초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서 추모 모임을 가진다. 2010년부터는 책의 인세를 모아 출범한 안수현장학회의 장학금 수여식이 열리는데 올해까지 28명의 학생들이 도움을 받았다. 1기 장학생 중 한 명은 의대 교수가 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