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증권·카드 등 2금융권도 “엘도라도를 찾아라”

입력 2018-10-18 04:01

‘바뀌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은 제2 금융권에도 도사리고 있다. 보험과 증권, 카드업계에선 ‘핀테크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당장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은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핀테크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곳은 보험업계다. 보험 상품을 설계할 때부터 정보기술(IT)을 접목하거나 보험금 청구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시도가 많아지면서 ‘인슈어테크’(보험+기술)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질 정도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방식에 블록체인 기반 본인인증시스템을 도입했다. 100만원 미만의 소액 보험금의 경우 고객이 청구하지 않아도 자동 지급되는 구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낙전수입’이 줄겠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소비자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기술은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도 이용된다. AIA생명은 계약자가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혜택을 주거나 보험료를 깎아주는 서비스를 출시해 시선을 끌었다. 가입자가 건강하면 보험사도 이득이라 라이나생명, 삼성생명 등 다른 보험사에서도 ‘건강 목표’를 달성했을 때 상품권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실장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장 포화, 신규 보험수요 제한이라는 추세를 극복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자산운용사는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맺고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투자·자산관리·고객상담 서비스 개발에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거부감이 적은 젊은층이 표적이다. 지난 4월 신한금융투자가 ‘토스’와 손잡고 출시한 해외주식투자 서비스의 경우 전체 이용자 가운데 91.5%가 20∼40대다.

거꾸로 핀테크 업체가 전통 금융회사의 자리를 뺏는 모습도 연출된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몸집을 불린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 증권 애플리케이션’으로 떠오른 카카오스탁은 지난 8월 말 누적거래액 47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금융 카테고리에서 최고 매출 앱 1위에 올랐다.

핀테크 업체의 맹렬한 공격에 시장 구조가 뒤바뀌는 일도 벌어진다.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39조9906억원으로 전년(11조7810억원) 대비 4배가량 성장했다. 상황이 이러니 카드사들이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손바닥 정맥으로 결제할 수 있는 ‘핸드 페이’를 도입한 롯데카드나 이달 초 국제결제 표준규격에 맞춘 ‘QR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비씨카드가 대표적 사례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AI를 이용한 금융 플랫폼을 만들어 맞춤형 혜택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금융권 대응이 걸음마 단계라 진짜 ‘엘도라도’가 가려질 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핀테크 활용을 막는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정비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AI나 빅데이터 분야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돼 있다. 개인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각종 인증절차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도입과 신용정보법 및 데이터 활용 규제의 전면 개정부터 금융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