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오송생명교회(이현호 목사)는 주일예배마다 특별한 세례식이 열린다. 오직 한 아기만을 위한 유아세례식이다. 유아세례식에는 주인공인 아기와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등 주변 가족이 여럿 참석한다. 한 생명의 탄생과 세례에 있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축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현호 목사가 세례를 베풀고 부모가 자녀를 신앙 안에서 양육할 것을 선언하면 성도들이 아기를 향해 박수를 치며 축복 인사와 선물을 건넨다. 매주 한 아기를 향한 축복의 세례식은 흡사 잔칫집 같다. 지난 12일 유아세례식을 준비하는 교회를 찾았다.
역사보다 생명을 자랑하는 교회
오송생명교회는 KTX 정차역인 오송역 근처이지만 주위에 공터와 논밭이 더 많은 한적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전원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임에도 이곳 교회엔 젊은이와 어린이들이 매주 북적거린다. 장년 성도 400여명 중 절반이 ‘3040’ 부부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30여명이 이 교회에 다니며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다. 젊은 부부가 늘면서 교회학교 인원도 자연히 증가했다. 현재 교회학교 학생 수는 170여명이다.
요즘은 유아세례를 받기 위해선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교회 내 출산 소식이 잦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22년 전 전도사였던 이 목사가 교회에 부임했을 땐 마을에서 아기 우는 소리를 듣는 게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고령화 및 인구 감소 여파로 동네 주민 대다수가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기도제목이 ‘성도 장례식 대신 돌잔치 가게 해 주세요’일 정도였다.
“1978년 세워진 교회 이름은 원래 ‘연제교회’였습니다. 600년 된 동네 이름을 딴 것이죠. 좋은 이름이었지만 ‘역사보단 한 생명을 품는 교회가 되자’는 의미를 담아 10년 전 교회 이름을 ‘오송생명교회’로 바꿨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한 아기를 축복하는 유아세례식도 이때부터 진행한 거고요.”
아이에게 ‘교회는 행복한 곳’ 인식 심고파
교회의 변화는 명칭과 유아세례 방식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유아세례 전 부모 교육을 강화했고 매주 모든 아이에게 일일이 안수하며 축복기도를 했다. 2012년 교회 신축 시엔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예배당과 자모실 등 모든 교회 공간에 황토를 칠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농산물을 활용해 교회학교 밥상을 차리는 것 또한 교회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세 자녀 출산 시 출산장려금 50만원을 지급하는 것도 이때 생긴 변화다. 대형교회도 아닌 지역의 작은 교회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건 당시로서는 큰 결단이었다. 이는 세 자녀를 둔 이 목사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금이야 다자녀를 출산하면 정부 지원이 있지만 10여년 전엔 그런 게 없었어요. 큰돈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육아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현재까지 4∼5가정이 축하금을 받았는데 앞으로 4자녀 이상을 낳으면 성지순례도 지원할까 합니다.”
교회가 아기를 비롯해 다음세대 돌봄에 적극 나서자 교회 문화도 ‘출산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교회 안에선 육아휴직을 낸 남선교회 성도나 2∼3자녀를 기쁨으로 양육하는 여선교회 집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여선교회가 장난감이나 의류 등을 기부하는 ‘물려박스’를 교회 내에 설치했다. 자녀가 성장해 더 이상 쓸 수 없는 물품을 깨끗이 포장해 물려박스에 넣으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자녀의 나이대가 비슷하거나 비슷한 직업군의 성도들이 모여 육아 노하우나 기도제목을 교환하는 건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이 목사가 목회를 하며 이토록 출산에 관심을 갖는 건 ‘아기 역시 하나님이 교회로 보낸 귀한 영혼’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른 성도를 대하듯 귀하게 대하고 어릴 때부터 교회에 대한 좋고 행복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곧 신앙 전수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기를 비롯해 모든 다음세대에 교회가 ‘좋은 곳’ ‘목사님이 늘 기도해주는 행복한 곳’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시끄럽다고 혼나고 어른들에게 치이는 곳이 아니라요. 아기 때부터 각인된 교회에서의 행복한 기억이 이들의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 믿습니다. 다음세대를 행복하게 하고 이들을 세우는 일에 관심을 갖는 교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청주=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매주 한 아이만 위한 세례식… 전 성도가 “축하”
입력 2018-10-1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