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산 받아놓고도 집행률 50% 미만인 정부 사업 319개

입력 2018-10-17 18:24 수정 2018-10-17 21:22

올해 예산을 받아놓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정부 사업이 3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 관계기관 간 이견, 주민반대 등이 주요 사유다. 정부가 예산안을 수립할 때보다 면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17일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실집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업은 319개에 이른다. 실집행률은 정부가 사업을 주관하는 단체에 교부한 예산이 실제로 얼마나 쓰였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기획재정부와 경찰청,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가 소관하는 사업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집행률 부진 사업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정책처 조사에서는 아직 예산을 한 푼도 쓰지 못한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통일부는 올해 북한인권재단 운영사업을 위해 108억58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북한인권재단이 출범조차 못해 운영비는 쓰이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세종시에서 지역농촌지도사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하겠다며 예산 4억5000만원을 받았지만 관련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고 사업은 첫걸음도 못 떼고 있다.

고용지표를 개선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사업 중 일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4차 산업혁명 미래 유망분야 선도 고졸인력양성사업(12억8000만원)의 경우 특성화고와 훈련기간 간 의견 대립에 막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저변 확대(45.0%), 인력유입 인프라 조성(18.9%), 소상공인 재기지원(48.4%) 사업은 추가경정예산까지 투입됐지만 집행률이 낮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차환경개선 사업은 1172억8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사업 지연으로 실집행률이 11.2%에 불과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겠다며 내놓은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확충에 683억84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공사 지연 등으로 실집행률은 35.0%에 머물렀다. 노인요양시설 확충 사업도 859억800만원의 예산 중 74억9000만원밖에 쓰이지 않았다. 복지부는 주민들의 반대 민원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60억원이 투입된 환경부의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은 제대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실집행률이 16.6%에 그쳤다.

추 의원은 “정부가 예산을 확대하는 데만 골몰할 게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지 더 세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집행 단계에서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