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임용고시에 떨어진 혜원(김태리 역)이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에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향은 혜원이가 엄마와 함께한 추억이 있고 어떤 모습이든 받아줄 수 있는 벗들이 있는 곳이다. 영화에선 일상에 지쳐 녹초가 됐을 때 위로해줄 공간을 ‘숲’에 비유한다. 다양한 취미를 통해 자신의 숲을 만들고 이것을 통해 얻은 활력을 다른 이들에게 흘려보내는 목회자 3명을 소개한다.
▒ 야생화 사진에 담아 주보·캘린더 등에 활용
임종수(77) 큰나무교회 원로목사는 ‘야생화’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목사가 개척한 큰나무교회는 서울 강서구 개화산 밑에 위치했는데 당시 정부에서 자연보호 캠페인을 장려했다. 임 목사는 개화산을 걸으며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생각했다.
임 목사는 지난 13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발밑에 있는 풀을 보면서 풀의 이름을 안다면 함부로 못 밟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생화를 찾고 사진을 찍으며 야생화를 소개하는 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야생화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을 가까이 하게 됐다. 일반인이 구별하지 못하는 야생화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야생화 전문가다. 임 목사가 찍은 야생화는 주보와 캘린더, 전시회 등 교회 사역에도 다양하게 활용됐다. 특히 야생화 도록은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임 목사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이 만든 자연을 보면 그가 만든 창조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평소 우장산을 산책하며 묵상하는 시간을 즐긴다. 우장산에는 ‘꽃동백나무’가 제일 많다고 했다.
▒ 놀이도구 갖고 다니며 즐거운 소통 이끌어내
박종설(41) 높은뜻하늘교회 선임목사는 평소 가방에 3∼4개 놀이 도구를 갖고 다닌다. ‘브릿지톡’ ‘이야기톡’ 등의 카드는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를 이끌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목사는 ‘브릿지톡’ 카드를 보여줬다. ‘당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에요’ 등 다양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박 목사는 “지인에게 상투적 표현으로 감사와 안부를 전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잘 전해진다”고 말했다.
평소 놀이 도구를 수집한 박 목사는 카드와 보드게임 등 70여개의 놀이 도구를 소장하고 있다. 2010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입학 전 몇 년 동안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했다. 박 목사는 “교회가 너무 근엄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갖는데 밝고 웃음이 있는 환경으로 전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집한 도구를 교회 소모임 등에 적극 활용한다. ‘잇츠미’라는 도구를 활용해 일주일 간 지내온 자신의 표정을, 그리고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등을 적어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시간이 됐다. 박 목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하나 된 모습을 보는 게 뿌듯하다”고 전했다.
▒ 하나님이 만든 자연 사진으로 담기 20년
이규왕(71) 수원제일교회 원로목사는 사진으로 하나님이 만든 자연을 담는 작업을 20여 년 동안 하고 있다. 이 목사는 지난 16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사진의 소재가 대부분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자연”이라며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찾다 보니 사진 작업은 목회에도 매우 유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진작가처럼 자유롭게 출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전문성과 깊이 있는 작품을 남기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사진 작업은 주로 총회나 노회 등에서 주관한 여행 모임, 안식월 등에 찍는 경우가 많았다. 수원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 갤러리’와 교도소 전시회, 교회 캘린더 사진 등으로 쓰인다. 평소 페이스북에서도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이 목사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에 있는 ‘파타고니아’ 트레킹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신장암 수술 후 더 늦기 전에 마지막 여행이라는 마음으로 등정하며 자연 경관을 사진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목회 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며 “건전한 취미 생활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선순환을 준다. 개인뿐 아니라 목회자들에게도 좋은 취미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즐거운 취미생활, 내 목회의 힘”
입력 2018-10-19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