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팔루시를 지난 13일 찾았다. 팔루의 민낯은 기가 막혔다. 지난달 28일 재해가 발생하고 보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복구나 구호는 답보 상태였다. 사상자만 7000여명 발생한 대형 재난인 게 가장 큰 이유다. 잦은 정전과 여진도 복구를 더디게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곧 우기도 시작된다. 많은 사상자와 무더위, 폭우는 늘 전염병과 짝을 이룬다.
이토록 피해가 커진 이유가 궁금해졌다. 마침 현지에서 접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작은 실마리를 제공했다. 신문은 ‘사라진 맹그로브 숲’을 원인으로 꼽았다. 팔루는 길이 10㎞, 폭 2㎞의 좁고 기다란 만의 끝 부분에 위치해 있다. 지형적인 특징은 파도의 속도와 파고를 모두 증폭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바다에 맹그로브 숲이 널려있을 땐 이런 일이 없었다. 세계 열대·아열대 해안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는 뛰어난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맹그로브 숲이 없는 해안은 큰 태풍이 지나가면 토양이 눈에 띄게 침식될 정도다. 맹그로브 나무는 파도가 해안가 도시나 마을을 직접 강타하는 걸 막는 최종 수비수다. 보도에 따르면 맹그로브 나무의 밀집도에 따라 쓰나미의 위력을 90%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학술지에 보고된 일도 있다.
안타깝게도 팔루 앞바다에 있던 맹그로브 숲은 사라졌다. 이유가 당황스럽다. 우리 식탁에도 자주 오르는 ‘타이거 새우’(홍다리 얼룩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맹그로브 숲이 사라진 만은 파도에겐 천혜의 고속도로다. 거칠 것 없이 내달려 팔루를 강타한 것이었다. 새우를 더 많이 양식해 팔겠다는 인간의 욕심, 그 욕심으로 맹그로브 나무를 무자비하게 벌목한 게 실수였다.
처참한 재난의 현장에서 문득 한국교회의 현실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도 별다른 고민 없이 오래도록 이어온 전통과 교회의 역사를 쉽게 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보니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것들이 적지 않다. 1980∼90년대만 해도 교회학교 여름성경학교는 3박4일씩 야외에서 진행되는 게 보통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2박3일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하루나 이틀 정도 교회에서 진행하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성탄절 새벽송이 사라진 건 이미 오래 전 일이다. 금요철야 기도회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부모는 주일에도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벌목할 때는 새우가 황금알을 낳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재앙이었다. 교회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버리고 있는 것들을 찾아서 회복시켜야 한다. 그것을 찾지 않고는 머지않은 미래에 불어닥칠 재앙 수준의 위기를 막을 길이 없지 않을까.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교회 톺아보기] 교회는 과연 무엇을 버리고 있는가
입력 2018-10-19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