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명이 다운받은 앱… ‘계좌 개설→펀드 투자’ 10분

입력 2018-10-17 04:02
직장인 김모(35·여)씨는 요즘 간편송금 서비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통한 투자에 푹 빠졌다. 금융상품이라곤 예·적금밖에 몰랐던 김씨는 토스에서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펀드와 개인 간 금융거래(P2P) 투자에 눈을 떴다. 휴대전화로 토스를 통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하고 곧바로 송금해 펀드에 투자하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토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다보니 은행에서 증권사 계좌로 송금할 때도 앱 로그인, 공인인증서 사용 같은 불편함도 없다. 김씨는 “투자를 이렇게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고 했다.

사회초년생 박모(29)씨는 지난달 개인종합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로 자산관리를 시작했다. 뱅크샐러드에서는 ‘내 금융생활’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다른 금융회사와 연동해 개인의 은행 예·적금이나 펀드 등 투자자산, 신용카드 지출 내역, 보험 가입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가계부를 따로 쓸 필요도 없다. 지출 내역이 식비, 교통비, 생활비 등으로 나뉘고 주·월간 단위로 소비행태 분석 등의 통계를 제공한다. 소비행태에 따라 맞춤형 신용카드도 추천받을 수 있다.

핀테크(금융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된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간편결제나 간편송금 같은 단편적 서비스에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기존 금융회사들은 핀테크 업체들과 협업에 나서는 동시에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토스의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지난달 2000만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1000만건을 돌파한 지 1년 만이다.

핀테크의 대표적 사업 모델인 P2P 대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말 누적 대출액이 4조7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6년 말 대출액(63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시장이 7배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P2P 대출은 저금리 시대에 연 8∼15% 중금리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 입맛을 충족시키며 급속히 몸집을 불렸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P2P 업체가 대출자와 투자자들을 연결시켜준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고객들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기술 사용에 거부감이 없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핀테크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핀테크산업 발전은 금융업권의 담장을 무너뜨리는 걸 넘어 국가 간 경계마저 허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핀테크 발전으로 금융에서도 ‘디지털 노마드(유목민)’가 출현할 것”이라며 “국가 간 경계가 명확하던 금융산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핀테크 업체인 ‘몬조(Monzo)’는 은행 인가를 받고 영업하는데, 외국인도 여권만으로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해외 각국에서 낮은 수수료로 송금·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유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해외 핀테크 업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핀테크산업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다. 기존 금융회사에 맞춰져 있는 규제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강대 정유신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산업들이 계속 출현하게 된다”며 “큰 틀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