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송파 한복판에 풀린 7만8758㎡ 규모의 땅. 과거엔 대표적 기피시설인 구치소가 있던 자리. 옛 성동구치소 부지가 최근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9·21 부동산대책에 이 부지 개발 계획을 넣었다.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방안이었다. 눈엣가시던 구치소가 떠난 부지에 교육·문화 복합시설, 청년 창업시설 등 편의시설이 들어오리라 기대했던 주민들 입장과는 달랐다. 주민들은 ‘성동구치소 졸속개발 결사반대위원회’를 결성하며 집단 반발에 들어갔다. 성동구치소 부지는 지난 6·13 지방선거 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후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복합문화시설과 청년창업공간을 짓겠다고 공약했고, 이는 지금 지역 주민들 반발의 근거가 됐다.
송파의 교육과 환경 조건, 5호선과 3호선이 교차하는 환승 지하철역 등을 갖춘 땅. 이런 곳에 어떻게 지금까지 구치소가 있었을까. 성동구치소가 들어선 1977년 7월로 거슬러가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지금의 송파구는 1963년 경기도 광주군 중대면에서 서울 성동구로 편입됐다. 외곽 지역이라 주거·교통시설이 부족했고 지역 주민 수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이다. 송파구는 1988년이 돼서야 강동구에서 분구(分區)됐다. 송파 일대는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집중 개발됐다. 당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등 대단위 주거단지·학교 등이 늘어났다. 1996년엔 성동구치소 부지 바로 앞에 5호선 오금역이 개통됐다. 현재 오금역은 3호선도 지나간다.
송파가 살기 좋은 주거지역으로 떠오르는 동안 성동구치소는 주거지역에 걸맞지 않은 기피시설로 미운털이 박혔다. 갈수록 주민들의 이전 요구는 커져갔다.
2004년 당시 송파구가 문정동 쪽에 법조단지를 유치하면서 이전 요구는 더욱 강해졌다. 법조단지에 교정시설을 보내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무부도 같은 입장이었다. 결국 2005년 5월 송파 문정지구 법조단지에 교정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도시계획안이 마련돼 성동구치소 이전이 결정됐다.
지난해 6월 26일 개청 40년 만에 성동구치소 시대는 막을 내렸다.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름을 바꿔 송파구 문정동 신축 건물로 이전했다. 이번엔 단독 구치소가 아닌 어엿한 문정 법조단지의 일원이 됐다. 동부구치소는 3만3057㎡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최고 12층, 총 5개동의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 기존 구치소 시설과 달리 높은 벽이나 철조망, 감시탑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 시설에는 없던 지열·태양광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840여개의 최첨단 CCTV를 이용한 중앙통제실을 갖춰 최첨단 교정시설로 평가받는다. 서울에 위치한 신식 구치소 이름값을 하는 듯 수감된 인물들도 화려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이 이 건물에서 수감 생활 중이다.
법조단지에 포함되면서 ‘교정시설=기피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평까지 나왔다. 실제 문정 법조단지 주변은 쇼핑몰, 오피스텔, 주거용 건물 등이 줄지어 생겨나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유동인구도 늘어 2015년 전까지 1만∼1만1000명 수준이던 지하철 일일 승객 수는 2016년 1만5301여명, 지난해 2만5571명까지 증가했다.
구치소를 떠나보내니 옛 성동구치소 땅은 ‘금싸라기땅’이 됐다. 이권 다툼이 첨예해지고 대규모 부지를 어떻게 조성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1년 법무부는 SH공사와 이전 협약을 체결할 때 성동구치소 부지 비용과 문정지구 개발 비용을 서로 교환하는 형태로 계약했다. 문정지구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SH로서는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을 통한 투자 수익을 노려야 한다. 기존에 구치소 불이익을 감수하며 구치소 이후 환경 개선의 ‘때’를 기다렸던 주민들과는 계산이 엇갈린다.
서울시는 일단 공동주택과 편의시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이 부지가 어떤 모습일 될지는 미지수다. 아직 이곳엔 옛 구치소 건물이 남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다. 내년 상반기 계획수립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상업 모두 가능한 준주거지역 등으로 용도 상향 시 발생하는 ‘공공기여분’에 대해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을 최대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성동구치소 떠난 그 자리, ‘너무 좋아서’ 싸움 났다
입력 2018-10-20 04:02 수정 2018-10-21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