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사립 유치원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유치원 전수조사, 비리 유치원 명칭과 원장 실명 공개, 투명한 회계관리 시스템 도입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오는 21일 당정협의를 거친 뒤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국회 차원의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사립 유치원에 대해 최대한 빨리 전수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과 원장의 실명을 공개하고 적발된 유치원에 대한 처벌과 지원금 환수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겠다”며 “특히 잘못한 원장이 간판만 바꿔 다시 유치원을 열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어느 유치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른 곳의 잘못은 없는지 등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모조리 알려드리라”고 지시했다. 이어 “회계 집행의 투명화, 학부모 견제의 상시화, 감독의 내실화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 유아교육 담당자 긴급회의를 열고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설세훈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감사 결과 실명 공개는 18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최종 확정되지만 사실상 공개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대책은 당정협의와 교육부 종합감사(29일) 사이인 다음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립 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제도 개선을 위해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등 3개 법안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선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립 유치원의 가장 큰 문제가 ‘가족경영’ ‘셀프 징계’”라며 “처벌 권고를 해도 처벌 권한을 가진 설립자가 원장이기 때문에 셀프 징계에 그치게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2조원 규모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횡령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학교급식법도 개정해 유치원 급식을 학교 급식에 포함시켜 안전한 급식 관리를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여당은 또 사립 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현재 국공립 유치원에 적용되고 있는 국가회계 시스템 ‘에듀파인’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립 유치원 최대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이유를 막론하고 학부모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지만 방점은 뒤에 찍혀 있었다. 이들은 “사립 유치원 운영에 맞지 않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해 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리 오명을 썼다는 얘기다. 비대위는 비리 유치원 실명을 공개한 박 의원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임성수 기자, 세종=이도경 기자 joylss@kmib.co.kr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 정부 회계 시스템 도입
입력 2018-10-16 18:32 수정 2018-10-16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