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규모에 상관없이 ‘탈(脫) 성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리교신학대 왕대일(64) 교수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회장 이정익 목사) 10월 월례발표회 발제문을 통해 한국교회가 개혁을 넘어 변혁을 하기 위해선 “교회 안에 성전이 있어야지 성전 속에 교회가 흡수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왕 교수는 1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한국교회는 이대로 가다간 기념관에 불과한 박물관이 될 수 있다”며 “교회는 흩어져 지역사회와 각 계층에 세워지는 공동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전을 벗어나 흩어진 교회는 서로 연합해 숲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개 교회들은 각각 약진하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생존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중엔 지역사회나 계층공동체 구조·규모·형태 등에 따라 큰 교회로 성장한 곳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교회는 이런 식이어선 안 된다고 왕 교수는 단언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나무와 나무가 함께하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공생하는 조림(造林) 방식으로 교회 변혁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왕 교수는 큰 교회는 주변 여러 공동체들이 연합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형태로 그 체제를 달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큰 교회는 갖고 있는 자원을 주변 교회들과 공유하며 하나님 나라의 디아코니아(섬김)를 함께 펼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교회 역시 지금의 생계형 교회로서는 교회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며 “작은 교회들이 연대해 디아코니아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디아스포라 교회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선 교파와 상관없이 감리교가 장로교 건물을 빌려 예배를 드린다. 그러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이나 복지 등의 봉사는 두 교회가 함께 펼친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에 이를 바로 대입하기란 아직 한계가 있다. 왕 교수 역시 “교단·교파의 울타리를 허무는 일은 신앙고백 차원에서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섬김과 봉사, 선교 영역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왕 교수는 “10개 교회가 한 건물을 공유한다고 치자. 예배는 따로 드려도 디아코니아를 함께한다면 그 교회는 지역을 섬기는 센터가 되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된다면 한국교회가 지금보다 훨씬 창조적·생산적으로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소금과 빛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10∼20년을 지속하면 한국교회 지형도는 개혁을 넘어 변혁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열린 한복협 월례발표회에선 왕 교수 외에 김승욱 할렐루야교회 목사가 발제자로 나서 ‘내부적 변혁’을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 목사는 전통과 형식에 묶인 종교, 사람들 앞에서 행해지는 종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종교의 모습은 헌 부대에 넣고 예수님을 주목하는 믿음, 사람 살리는 일에 우선순위를 둔 믿음, 성령의 능력으로 세워지는 믿음의 모습을 새 부대에 담자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교회성장시대 이후 한국교회 탈 성전화해야”
입력 2018-10-1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