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16일 국정감사는 우려됐던 대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재정정보 유출 논란으로 온종일 파행을 겪었다. 국감 시작부터 심 의원의 감사위원 자격을 놓고 여야는 극심하게 대립했고, 결국 피감기관의 업무보고도 받지 못한 채 45분 만에 감사는 중단됐다. 감사가 재개된 이후에도 여야 의원들은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보다 심 의원의 정보 유출 문제를 질의하는 데 집중했다.
여야는 오전 질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대립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 의원이 감사위원을 사퇴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재위의 정상적인 국감이 가능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심 의원과 (피감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은 맞고소 상태로 국감에 공정을 기할 수 없다. 심 의원은 당장 국감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감사위원으로 고소인을 감사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심 의원은 증인석에 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민주당의 ‘국가기밀 불법 탈취’라는 주장을 재차 반박했다. 그는 “불법 탈취가 전혀 아니었다. 뻥 뚫려 있는 곳에서 정보를 가져왔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라며 “불법 탈취라고 확신한다면 국감장이 아니라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국감장 밖에서 얘기해 달라. 그러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즉각 고발하겠다”고 쏘아붙였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을 두고 “마치 청와대와 기재부 대변인이 앉아 있는 것 같다”고 이죽대자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권 의원은 “국감은 국회에 부여된 신성한 직무다. 고소된 것만으로 (감사위원을) 제척하라는 것은 국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민주화된 이후 헌정사회에서 유례없는 야당 탄압”이라며 “저도 여당을 해봤지만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해선 의회를 제대로 세울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이날 국감은 한국재정정보원뿐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등도 대상이었지만 주 질의는 한국재정정보원에 편중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심 의원의 자료 입수 경로가 ‘관리자 모드’였다며 개발자나 관리자가 만든 ‘백도어’(보안체계 우회 기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관리자가 접근하는 정상적인 경로로 자료에 접근한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방식을 이용했다. 말하자면 정문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창문이나 가스통을 타고 들어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심재철 의원의 질의 순서가 되자 기재위 국감은 또다시 멈춰 섰다. 여당 의원들은 심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며 민주당 소속인 정성호 기재위원장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 의원의 질의는 여당 의원들의 고함에 묻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정 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30분 뒤 다시 질의에 나선 심 의원은 정보 유출의 원인이 프로그램 오류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우려했던 대로, ‘심재철’로 온종일 파행 거듭한 국회 기재위
입력 2018-10-16 18:48 수정 2018-10-16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