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사립유치원 질의 실종 사태, 확인된 ‘의원 위에 원장’?

입력 2018-10-16 18:42
이도경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출석했던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재선(再選)인 두 교육감은 비리 사립유치원의 행태를 알고도 방치하다시피 했던 책임자들이었다. 응당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져야 했다. 그러나 애초 이 문제를 들춰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다들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 흔한 같은 당 지원사격조차 없었다. 왜 그랬을까.

교육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①박 의원이 잘하고 있고 성과가 나고 있는데 굳이 우리까지 나설 필요가 없었다. ②비리 사립유치원만 현안이 아니다. 우리 의원실에서 질의한 것도 의미가 있다. ③박 의원이 이슈를 선점해서 준비 부족으로 따라가기 어려웠다.

모두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였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지원사격이 너무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 국정감사는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기회다. 국감 스타가 되기 위해 보좌진과 머리를 맞댄다. 이번 비리 유치원 사태는 유치원 학부모들뿐 아니라 국민적 분노가 일어난 사안이다. 하루에도 기사 수백건이 쏟아지고 있다. 말하자면 ‘큰 판’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판에 빠진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가 이렇게 털어놨다. “(사립유치원들은) 지역사회의 큰 후원자들이에요. 부담을 느끼실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고는 기자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사립유치원들은) 정치권과 밀접하게 엮어 있어요. 현역 정치인들과 인맥을 조사해보면 아마 재미있으실 겁니다.” 의원들이 사립유치원 눈치를 봤다는 것이다. 한 번 사립유치원들로부터 찍히면 다음 총선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애써 외면했다는 얘기다.

이는 박 의원의 발언과 맥이 닿는다. 박 의원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를 준비하고 있을 때 여야를 막론하고 동료 의원들이 하지 못하게 압박을 가했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전화한 의원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박 의원을 압박한 정치인들, 공분이 일어나자 ‘뜨끔’했을 것이다.

서울·경기·인천 교육청을 대상으로 진행된 15일 국감은 밤 12시 무렵에야 마무리됐다. 의원과 보좌진은 짬짬이 어떤 기사가 떴는지 인터넷을 들여다본다. 그 시각 비리 사립유치원 관련 기사가 폭주하고 있었다. 의원들 눈앞에는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장본인들이 피감기관석에 앉아 있었다. 교육위 위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회부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