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오를 수 없는 벽,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 막다른 길일까. 실패에 맞닥뜨린 이들은 하나같이 이런 막막함을 경험한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차근차근 지나온 길을 되짚다보면 어느 순간 돌파구가 나타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실패를 ‘도전의 발판’으로 삼아 재기한 이들이 있다. 화학공정에 필요한 밀폐장치를 만드는 씰링크 이희장(54·사진 왼쪽) 대표의 사연은 많은 이들에게 ‘혁신적 실패 사례’로 소개됐다. 이 대표는 13년을 운영해 온 회사가 빚더미에 앉게 되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재무를 믿고 맡겼던 관리부장이 회사 명의로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사달이 났다. 연매출 75억원에 이르던 회사가 10억6000만원의 빚만 남기고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 했다.
40대 후반에 수돗물로 배를 채우며 하루하루 살아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는 4년 동안 방황했다. 하지만 지나온 길을 계속해서 돌아보니 반전의 기회가 보였다고 했다. 기술 개발에 매진해 특허를 따냈고, 포스코 삼성전자 효성 LG 등 대기업과 계약을 하게 됐다. 그는 연 매출 10억원의 탄탄한 기업 대표로 우뚝 서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실패를 해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보였다”며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오랜 성찰 끝에 제조업에서 승부를 보려면 결국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연구·개발에 힘쓰다보니 기회가 왔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16일 선정한 ‘2018 혁신적 실패 사례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백용기 한농환경 대표, 강정완 공사박사 대표 등 15개 업체도 혁신적 실패 사례로 선정됐다. 정부는 2013년부터 창업 실패가 재도전의 기회가 된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혁신적 실패 사례를 공모해 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중기부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대상 이희장 씰링크 대표
입력 2018-10-16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