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로 가계부채의 적정성을 논하곤 하는데….”
최종구(사진)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가계부채 규모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했다. 그가 먼저 말한 건 가계가 벌어들인 돈과 갚아야 할 빚을 비교하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었다. 정부도 그간 이 비율을 근거로 가계부채 관리 실태를 설명해 왔다.
최 위원장이 보다 힘줘 말한 기준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었다. 최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명목 GDP 성장률까지 가는 게 궁극적으로 적정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명목 GDP 성장률이 5.4%였는데, 가계부채 증가율이 8%를 넘었다”고 숫자를 언급하기도 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숫자로 말하지 않았다.
가처분소득과 GDP 모두 가계부채와 비교할 때 의미가 있는 통계다. 하지만 주된 잣대가 미묘하게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목 GDP 성장률과 비교한다면, 당국으로서는 가계부채 관리 감독이 보다 용이해지는 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성 교수는 “가처분소득은 세금 부담 등이 늘며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정부로서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계속 말하기가 점점 난처해진다. 분모(소득)가 커지지도 않고, 분자(부채)가 작아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2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발표할 때 “2012년 말 163.8%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2017년 말까지 5% 포인트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지금 이 비율은 집계 기관에 따라 180%를 상회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목 GDP를 또 하나의 벤치마크로 두는 의미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명목 GDP 성장률마저 웃도는 상황을 가장 위험한 단계로 설정해둘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으로 중요한 건 가계의 상환 능력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가계부채 심각성 판단 잣대 미묘하게 바뀐 이유는 뭘까
입력 2018-10-16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