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 “7대 종단 대표 연내 초청” 종교계 공동선언 나올 듯

입력 2018-10-16 18:30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방북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박정 의원(왼쪽부터) 등이 지난 5일 평양 만수대창작사를 둘러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개신교를 비롯한 남측의 7대 종단 대표들에게 올해 안에 평양에서 ‘남북 종교인 모임’을 갖자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 종교인 모임은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서 남북 종교계의 공동선언이 나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인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남북교류위원장은 16일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방북했을 때 북한 조선종교인협회가 7대 종단 대표들이 함께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해 달라고 제안했다”며 “현재 7대 종단에서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7대 종단은 개신교와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다.

종교계는 7대 종단 대표들의 평양 방문이 다음 달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한이 ‘올해 안’으로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만큼 실무논의를 거치는 대로 조만간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모임이 성사되면 남북 종교계는 공동으로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지지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 핵심 인사는 “이미 이심전심으로 남북 종교계가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7대 종단 대표들은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 방북했고, 두 차례 모두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남북 종교계가 평양에서 공동선언을 발표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는 교황이 내년 봄쯤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교황 방문에 앞서 남북 종교계가 먼저 한목소리로 평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는 모양새다.

7대 종단 대표들은 지난 8월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 내부 사정으로 방북 직전 일정이 무산됐다. 이번에 방북한 종교계 인사들이 방북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자 북한의 강지영 조선종교인협회장이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연내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남북 종교계는 내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정부 차원의 공동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종교계가 별도 행사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3·1운동에 종교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 취지를 살려 남북 종교계가 함께 100주년을 기념하자는 취지다. 3·1운동 당시 종교계가 주축이 돼 민족대표 33인을 구성하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종교계 관계자는 “정치권 차원의 행사는 정치권 행사대로, 종교 차원의 행사는 종교 행사대로 균형을 갖춰 남북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며 “정치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종교 간 교류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남북 종교계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