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캠핑카 계속되는 ‘난방 참사’, 초보 캠핑 주의보

입력 2018-10-17 04:02

밤 기온이 떨어지면서 잘못된 취침 난방으로 숨지는 초보 캠핑족이 잇따르고 있다. 체감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철 밤 밀폐된 공간에서 난방하려면 무시동 히터 등의 장비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오전 11시50분쯤 광주 북구 건국동 영산강변 다리 옆 텐트에서 A씨(63)와 아내(56)가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부부의 친척은 “이틀 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아 근래 낚시를 하러 자주 찾던 강변에 와보니 부부가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텐트 내부에 휴대용 부탄가스로 작동하는 온수 매트가 켜져 있던 점으로 미뤄 피해자 부부가 산소부족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부탄가스를 원료로 한 온수 매트는 물을 데우는 가열기를 반드시 텐트 밖에 꺼내놔야 한다. 산소가 부족할 경우 호흡곤란을 겪는 등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부부는 가열기를 텐트 안에서 작동한데다 텐트 출입문도 걸어 잠근 채 잠이 든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 8시15분쯤에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제덕동 한 바닷가 공터의 캠핑카 안에서 A씨(82)와 B씨(57), C씨(55) 등 3부자가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 등은 전날 밤 10시까지 딸과 사위도 동석해 고기를 구워먹는 등 가족캠핑을 즐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귀가한 딸과 사위는 다음 날 오후까지 3부자와 휴대전화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잠자리에 든 3부자가 추위를 덜기 위해 전날 고기를 구을 때 사용한 숯을 캠핑카 내부에 피우고 자다가 저산소증으로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캠핑카 안 싱크대 위에서 타버린 숯을 발견했다.

캠핑 전문가들은 야외에서 춥다고 텐트나 캠핑카 등의 출입문과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산소를 많이 소비하는 난방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불가피할 때는 출입문이나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최근 확산 추세인 SUV차량을 활용한 ‘차박’이나 ‘노지 숙박’을 하는 이들 역시 자칫 방심했다가는 저체온증이나 저산소증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다음카페 ‘오렌지 차박캠핑클럽’의 전효성(36)씨는 “초보들이 흔히 겪는 시행착오가 난방대책 없이 야외에서 잠을 청했다가 병을 얻거나 아예 철수하게 되는 일”이라며 “환절기나 혹한기에 난방대책은 캠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무시동 히터가 야외취침에 제격이지만 고가여서 가끔 캠핑을 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확실하고 검증된 난방대책을 미리 세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