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2일 사기 등 혐의로 개인 간 금융거래(P2P) 대출중개업체 루프펀딩 대표 민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민씨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80억원을 중소 건설사 대표와 짜고 엉뚱한 곳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씨는 투자받은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주는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지난 7월에도 P2P 대출업체 아나리츠의 대표 정모씨, 재무이사 이모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었다. 서울남부지검도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에 인수·합병되며 화제를 모았던 P2P 대출업체 A사의 횡령 혐의 등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핀테크가 각광받을수록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편의성과 참신함을 무기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며 돈을 끌어모은 뒤 이를 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검찰과 금융 당국이 감시망을 넓히고 있지만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P2P 대출 투자상품은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라서 사기 피해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관련 규제법안은 1년3개월 이상 국회에 계류돼 감독할 법적 권한이 부족하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항변이다. 그 사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P2P 관련 민원(추정치)은 지난해 62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179건으로 폭증했다.
‘핀테크의 그늘’은 디지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령층과 저소득층에 더 심각하다. 은행 점포 축소 등으로 ‘금융소외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지난해 상반기(3671개)보다 100개 줄어든 3571개다. 대신 모바일·인터넷뱅킹을 통한 업무처리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49.4%까지 치솟았다. 은행 창구의 업무처리 비중은 8.8%에 그쳤다. 금융 당국에서 은행권의 지점 폐쇄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비대면 금융’ 확산 추세 속에서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 완화’ 특례법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핀테크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한 규제 완화가 결국 ‘대기업 배불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중금리 대출 확대나 대출금리 인하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각광받는 핀테크의 그림자, 사기에 고령층 금융소외
입력 2018-10-1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