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성수기에도 분양시장 찬바람

입력 2018-10-17 04:03

가을 성수기에도 분양시장이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9·13 대책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와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분양 연기 등이 악재로 작용해 사업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 시장 전망은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16일 발표한 ‘10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에 따르면 이번 달 전국 HS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65.4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2.1로 지난달보다 27.5포인트 떨어졌고 울산(-27.2), 세종(-27.1) 등도 크게 하락했다.

HSSI는 주택사업자 입장에서 분양시장의 전망 및 여건을 종합 판단한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초과는 긍정적, 미만은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전망뿐 아니라 지난달 실적도 대폭 하락했다. 9월 HSSI 실적치가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서울은 65.0으로 전월 대비 64포인트 급감해 조사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수도권 역시 전월 대비 33.8포인트나 떨어져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인 70.9로 조사됐다. 추석 연휴 등으로 인해 주요 분양 일정이 대다수 연기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HSSI는 가을 분양 기대감으로 82.4를 기록해 8개월 만에 80선을 회복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60선으로 밀렸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경기도 하남 위례신도시와 판교 대장지구 내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에 분양보증 연기를 통보한 여파가 적지 않다.

이번 분양보증 연기는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 공급을 개편하기로 한 9·13 대책의 관련 개정안이 11월 말 시행되는데 따른 조치다. 건설사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청약제도 개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규 아파트 단지들 분양 시점을 개정안 시행 이후로 늦춘 것이다.

이에 따라 현행 청약제도 하에서 추첨을 통해 전체 분양 물량의 절반에 도전할 수 있어 분양 ‘막차’를 노리던 1주택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됐다. 11월 말부터는 추첨 물량의 75%가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배정되고, 또 나머지 25%도 무주택자와 재차 경쟁이 필요해 당첨 확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건설업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로 수익성 있는 사업지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정부의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추진 등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과 SOC 사업 위축, 지방 부동산시장 고사 등 건설사들로선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볼 여건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