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비판을 받고 있다. 장 실장의 정책 방향이 현실에 맞지 않고, 그의 통계 해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면서 경제 성장과 소득 격차 해소를 견인한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이 정책의 한복판에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 참사, 수많은 자영업자 몰락, 소득 불균형 심화 등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포장은 그럴듯했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었다.
그런데도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경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시간이 지나면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일종의 배수진까지 쳤다. 국내 많은 경제학자들이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을 지적한데 이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도 장 실장의 정책 방향과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로머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경제 효과에 대해 “소득 증가가 기술 습득으로 이어지는 것이 정책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정책의 전환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 이 장관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부총리가 최근 언급한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의 구조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장관은 현재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달성 목표가 힘들어 보인다는 점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에 이어 주무 장관마저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장 실장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운 통계 해석의 진위도 도마에 올랐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날 열린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장 실장의 통계 해석이 잘못됐음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강 청장은 “장 실장은 가계 총소득이 186% 증가할 동안 가계 평균소득이 90% 늘어난 것은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부적절한 통계 사용이라고 해명한) 통계청 입장과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가계 평균소득 증가율은 둔화할 수밖에 없고, 가계 평균소득과 가계 총소득은 작성 범위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었다.
의사가 오진을 하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 정책결정권자가 진단을 잘못하면 시의적절한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 통계 해석의 오류를 기반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은 제 기능을 상실했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일부 경제팀 경질에 대해 결단을 내리거나 장 실장이 스스로 거취를 고민할 때가 됐다.
[사설] 정부 내에서도 비판 받는 장하성 정책실장
입력 2018-10-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