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그릇된 자식 사랑

입력 2018-10-17 04:00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지난달 초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을 불구속 입건한 데 이어 최근 쌍둥이 두 딸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1학년 1학기 성적이 각각 전교 59등, 121등이었던 자매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각각 문·이과 1등을 하자 다른 학부모들이 부정 의혹을 제기해 수사로 이어졌다.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이 디지털 분석 등을 통해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힌 걸 보면 시험 부정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열심히 공부해 성적이 올랐을 수도 있다는 일부의 희망 섞인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일각에 똬리를 틀고 있는 왜곡된 가족 이기주의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시험문제를 유출한 아버지는 학생들에게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고 가르쳐야 할 교사였다. 그런데도 자녀의 성적을 올리는 데 눈이 멀어 시험문제를 빼돌리는 불법을 마다하지 않았다. 교사윤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도를 벗어난 가족 이기주의 사례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각성이 필요하다. 대학 교수들이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올려 대입에 활용케 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사를 회유해 자녀의 수상 경력과 봉사활동 시간 등을 조작해 명문대에 합격시켰다가 적발된 학부모들도 있다. 부정이나 불법이라도 나에게, 내 가족에게 이익이라면 아랑곳하지 않는 게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자식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는 게 부모지만 그릇된 자식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일탈은 불신을 조장하고 자신은 물론 자녀까지도 망칠 뿐이다. 설령 발각되지 않더라도 부정한 방법에 의한 성취는 결국 자녀들에게 독으로 돌아올 것이다. 숙명여고 사건이 맹목적인 자식 사랑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