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59) 작가가 15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서 첫걸음을 내딛었다. 유 신임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유 이사장이 굳이 현실 정치의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여권 핵심 모임인 노무현재단의 대표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 이사장은 오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서울 마포구 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이사장 이취임식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사회 정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했던 지도자로 국민 마음에 들어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을 맞아 “(재단 활동을) 추모, 애도, 위로하는 것을 넘어 (노무현 정신이) 더욱 확산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이사장 취임이 정계 복귀 수순이라는 일각의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시대적 상황과 시민의 요구가 있다면 (선출직에) 출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를 하고 말고는 상황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선거에 출마할 의지가 현재로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후에 노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가서도 비슷한 질문에 “제가 이미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는 표현으로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여기 오니 대통령님이 서거하시기 직전에 ‘자네는 글 쓰고 젊은 사람들하고 같이 공부하고 그런 것을 하면 참 좋겠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새삼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사장 자리를 내놓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는 분”이라며 “지금 자유분방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이렇게 무거운 자리를 맡기게 돼 미안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또 정치 복귀에 대한 유 이사장의 입장에 대해선 “항간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저는 유시민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이 정치 재개 가능성을 일축함에 따라 ‘유시민 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유 이사장은 11.1%의 지지율로 범여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12.7%)와 박원순 서울시장(11.5%)을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추격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현재 여권에 뚜렷한 차기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 이사장에게 향했던 친노·친문 진영의 표심이 어디로 옮겨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유는 기존 정치 셈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며 ”그가 정치 복귀 가능성을 차단할수록 역설적으로 지지율은 점점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공직·선거 출마 안 한다는데… ‘유시민 표’는 어디로 갈까
입력 2018-10-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