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 제3 ‘도가니 사건’ 여전, 장애학생 인권침해 의심 올해만 27건

입력 2018-10-15 18:53
최근 인강학교와 교남학교 등 서울시내 특수학교에서 잇달아 장애학생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된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교육 당국이 파악한 장애학생 대상 성폭행·성추행·폭행 등 인권침해 의심 사례가 27건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15일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 175개 특수학교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침해 실태조사 자료를 공개했다. 총 27건의 인권침해 의심 사례 가운데 성추행과 성폭행 등 성범죄 의심 사례가 25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장애학생에 대한 성범죄 가해자는 가족과 친구, 이웃주민, 장애인 시설 및 특수학교 교직원, 병원 간호사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경남의 한 특수학교에서는 남성 특수교육보조원이 원예반 수업 도중 계속해서 여학생의 가슴을 만졌다는 진술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충남의 한 특수학교에서도 계약직 교사가 여학생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해당 교사에 대한 면담 조사 후 즉시 교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는 여학생이 ‘아빠’라고 불러온 장애인 시설 관계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에서는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여학생에 대한 남성 간호사의 성폭행 의심 사례가 접수됐다. 장애학생 보호의 최일선에 있는 기관에서 장애학생 인권침해가 계속해서 벌어진 셈이다. 장애학생을 온라인 채팅에서 접촉해 성폭행·성추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4건 접수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강원도 태백 미래학교에서 발생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이뤄졌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4일까지 4주간 특수학교 학생 2만3239명에 대한 개별 면담조사와 교직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만 이번 조사가 면담과 설문조사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실제 인권침해 사건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최근 인강학교에서 발생한 사회복무요원의 장애학생 폭행 사건과 교남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장애학생 폭행 사건 모두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 조사에서 해당 학교들은 모두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의원은 “장애학생 인권보호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사회복무요원은 교직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이달 중으로 병무청과 합동으로 특수학교 복무 사회복무요원 대상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를 추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