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자세히 봐야 보인다

입력 2018-10-17 00:07

유월절이 가까워 오자 명절을 지키기 위해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에 모여듭니다. 이 가운데 큰 무리가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이들에게 종일 복음을 전한 예수님은 저녁이 되자 어린아이가 가져온 오병이어로 장정 5000명을 배불리 먹이고 열 두 광주리를 남기는 놀라운 기적을 행합니다. 기적 이후엔 자신에게 몰려드는 무리를 떠나 홀로 산으로 가십니다.

무리를 떠나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이곳에 모인 무리들을 집으로 보낼 테니 너희들은 내가 그들을 보내는 동안 이곳을 떠나 배를 타고 나보다 앞서 강 건너편 벳세다로 가라”고 당부합니다. 이에 순종해 항해 중이던 제자들에게 위급한 상황이 닥칩니다. 본문 24절은 “배가 이미 육지에서 수 리나 떠나서 바람이 거스르므로 물결로 말미암아 고난을 당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폭풍 속에서 죽음의 위협을 느낀 제자들은 사경(오전 3∼6시)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파도와 맞서 싸웁니다.

이때 제자들은 누구를 간절히 찾고 기다렸을까요. 불과 몇 시간 전 오병이어 기적을 펼친 예수님만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간절히 기다렸을 겁니다. 그 순간 멀리서 예수님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던 제자들은 의외의 반응을 보입니다. “예수님이다!”가 아닌 “유령이다”라고 소리친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안심하라. 나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답해 이들을 안심시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달랐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예수님의 음성을 정확하게 들었습니다. 예수님임을 직감한 베드로는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라고 말했고 이에 예수님께서는 “오라”고 답합니다. 베드로는 즉시 배에서 내려 예수님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베드로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란 질문을 해야 하고 그 답을 본문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도 풍랑을 만난 제자들처럼 절실히 예수님을 찾아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다 예수님을 볼 수 없고,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배 안에는 베드로뿐 아니라 11명의 제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예수님을 보고 일제히 유령이라고 외쳤을 뿐이었습니다. 오직 베드로만이 예수님을 알아봤고 그분의 음성을 정확하게 들었습니다.

불가항력적 상황에 처할 때 인간은 자기가 듣고 싶은 걸 듣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자신 앞에 찾아온 예수님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두려움에 떤 것입니다. 이는 또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왜 우리 눈에는 안보일까요. 왜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을까요. 자세히 보지 않고 오래 보지 않아 그렇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고 하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안심하라. 나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두려워서 떨고 있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누구입니까. 매일 예수님과 지내며 동고동락한 사람들입니다. 죽어가던 병자를 일으키고 오병이어 기적을 눈으로 목격한 장본인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매일 예수님과 동행하며 살고 있습니까. 인생에 갑작스런 위기가 찾아올 때 우리는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인생의 바다에 광풍이 불어오고 집채만 한 파도가 덮쳐올 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면 제자들처럼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성도 여러분, 베드로와 같이 예수님을 자세히 봅시다. 또 오래 바라보며 그분을 깊이 묵상합시다. 그러면 베드로처럼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도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엄원식 평택 꿈의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