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성교회 목회 대물림(세습) 문제를 다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의 재판국이 15일 첫 모임을 갖고 재심 관련 일정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달 열린 제103회기 총회에서 총대들은 세습 인정 판결의 책임을 물어 기존 재판국 전원의 교체를 결정했다. 강흥구 새 재판국장(서울 샘물교회 목사)은 “공의와 정의로 재판국 전원의 의견을 담아 차분히 (재심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회의실에서 첫 재판국 모임을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 국장은 “명성 사건은 다음 달 13일 정례회의 이전에 따로 날짜를 잡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오늘은 분과별 논의 주제를 정하고 법의 잣대로 명확하게 판단한다는 원칙 정도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강 국장은 지난달 세습 금지를 명확히 한 총회 총대들의 의견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재판국의 경우 1년 임기 가운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속도전보다 장기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는 통합목회자연대 주최로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관한 총회 결의 분석 세미나’가 열렸다. 제102회 총회 재판국원이었던 조건호 소망교회 장로는 “총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최고 치리회로서 헌법을 해석할 전권을 갖고 있다”며 “총회의 결단을 재판국이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7일 재판국의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적법 판결에 대해 “재심사유를 규정한 총회 헌법 권징편 124조의 ‘재판국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법규 적용의 착오를 범한 때’에 해당한다”며 “국원들이 총회 의사를 존중한다면 재심에서 판결을 변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1922년 총회가 채택한 웨스트민스터 정치원리를 되짚었다. 투표로 선출된 직원에 의해 교회가 운영되는 ‘대의제도’, 교회는 어느 한 개인의 결정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집단지도체제’, 장로교회는 헌법에 따라 다스려진다는 ‘입헌주의’ 등이 그 원리다.
임 교수는 “교회 세습은 한국 장로교회가 공교회로서 이어 온 웨스트민스터 정치원리를 훼손하고 교단의 질서를 와해시키는 행위”라며 “산업화시대 한국 기독교에 확산된 개교회 중심주의와 대형교회의 재정적 힘이 공교회의 질서를 훼손시켜 왔다”고 말했다.
노치준 광주양림교회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은 낙하산 인사, 유산 상속, 지위의 세습 등에 좌절하는 청년들의 분노와 맞닿아 있다”며 “한국교회가 이 분노와 좌절감을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다음세대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명성교회를 몇 개의 교회로 분립해 그중 하나의 교회를 김하나 목사가 맡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대형교회가 갖는 문제를 극복하고 세습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우성규 김동우 기자 mainport@kmib.co.kr
“명성교회 문제 내달 13일 이전 다시 논의”
입력 2018-10-16 00:00 수정 2018-10-16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