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비뚤어진 자식 사랑’ 빚 시달리던 아들 위해 남편 살해 공모

입력 2018-10-16 04:00

빚에 시달리던 아들을 위해 남편 살해를 아들과 공모한데 이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놓으려 했던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어머니와 공모해 아버지(72)를 청부 살해하려한 혐의(존속살해미수 등)로 A씨(34)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범행을 공모한 A씨의 어머니 B씨(63)와 보상금을 나눠 받는 조건으로 범행에 가담한 C씨(43)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다른 공범 D씨(32)는 촉탁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C씨를 시켜 지난 6월 22일 경북 울진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로 아버지를 치어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 살해 시도가 실패하자 B씨는 아들에게 “차라리 나를 죽이고 보험금을 받아라”고 이야기했고, A씨는 D씨에게 사주해 지난 8월 5일 대구시내에서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려다 실패했다. A씨는 공범과 미리 연습도 했지만 B씨가 당초 약속했던 차선이 아닌 반대 차선에 서 있어서 범행을 실행하지 못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불화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A씨는 암으로 사망한 전처의 치료비 등 2억7000여만원의 빚이 있었다. A씨는 아버지와 어머니 앞으로 각각 2억5000만원과 6억6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들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범행 실패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D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던 B씨가 먼저 아들에게 남편 살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