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성장 홍보하려던 IMF·WB 연차총회, 신흥국들 힘든 현실만 노출

입력 2018-10-16 04:06

매년 4월과 10월 개최돼 온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의 연차총회가 이달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마무리됐다. 미국 워싱턴 이외의 도시에서 연차총회가 열리기는 2015년 10월 페루 리마 이후 처음이다. 닛케이신문은 “IMF가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로부터 20년이 경과한 시점에 아시아의 성장을 세계에 각인하려는 의도였다”고 풀이했다.

화려한 배역들의 ‘경제 드라마’는 성공했을까. 아시아를 포함한 많은 신흥국은 오히려 힘든 현실만 드러내고 말았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회의에서 수출 성장률 둔화가 선명한 동남아시아의 현실이 두루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통화가치 불확실성에 노출된 국가가 많은 점도 심각하게 논의됐다. 신흥국 불안은 미·중 무역전쟁 지속,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고유가에 따른 현상이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하다는 한국도 이런 대외 변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으로 상황이 쉽게 바뀌지도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375%까지 계속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달러화 표시 부채 증가라는 부담이 점점 커지게 된다.

신흥국들은 미국과 중국의 싸움 속에서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 IMF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0.9%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신임 총재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보호무역의 확산이 세계 경제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렵게 모인 세계 경제의 구성원들이 무역전쟁과 금융시장 혼란, 과도한 부채 등의 과제를 두고 공동성명을 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20년 전의 아시아 외환위기, 10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공조 기능이 약화되는 듯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