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고가 ‘100만원 저항선’ 무너졌다

입력 2018-10-14 19:15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인 100만원이 무너졌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수요가 점차 줄자 가격을 올려 실적을 만회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이왕 오래 쓴다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반기 국내에 출시되는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모두 100만원을 넘는다. LG전자는 V40 출고가를 104만9400원으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V30의 경우 출고가가 94만9300원이었다. V35 등 일부 파생 모델을 제외하고 V 시리즈 출고가가 100만원을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9 출고가를 128GB 109만4500원, 512GB 135만3000원으로 결정했다. 128GB 모델은 지난해 노트8 64GB와 같은 가격에 나왔지만 512GB 모델은 노트8 256GB 모델(125만4000원)보다 10만원가량 비싸졌다.

다음 달 2일 국내 출시가 유력한 애플 아이폰Xs의 경우 가장 비싼 모델이 2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Xs와 아이폰Xs 두 가지 모델을 출시했는데 가장 저렴한 아이폰Xs 64GB 모델이 999달러(약 113만원)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아이폰X의 경우 국내 출고가가 136만원부터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비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이 스마트폰 출고가를 올리는 것은 지난해 아이폰X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애플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이폰X는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실제 판매량도 이전 모델보다 줄었지만 가격 인상 덕분에 애플의 사상 최대 매출을 견인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은 자기 전까지 이용하고, 일어나자마자 본다. 일과 중에도 손이 닿는 곳에 늘 있다. 또 자동차나 집처럼 자신을 과시하는 역할도 한다”면서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1000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것도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지는 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올해 2분기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ASP)은 미국이 457달러로 지난해보다 27% 올랐다. 중국은 290달러로 미국보다 낮았지만 증가율은 20%로 높은 편이었다.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면서 보상판매, 중고보상 등 구매 지원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월 30일까지 노트9 구매 고객이 갤럭시S, 노트 시리즈 스마트폰을 반납할 경우 중고 시세에 최대 10만원을 추가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LG전자는 V40 구매 고객이 2년 후 새로운 LG전자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 최대 40%의 가격을 보상하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V40을 구매하면서 V20 등 기존 LG전자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보상하는 ‘LG 고객 안심 보상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