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사유나 예고 없이 이뤄진 해고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A학교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A재단은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 김모씨 등 교사 4명과 조모 행정실 계장 등 5명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고 해임통고서를 보냈다. 재단이 회계 횡령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행정실 계장인 조씨와 교사들이 이사장과 교장의 면담 내용 녹취, 허위사실 등을 경찰에 넘기는 비위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재단은 경찰 조사 이후 교육청 감사까지 받았다. 해고된 5명은 이후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내 받아들여졌고, 재단 측이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행정법원도 당시 해고사유 모두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임통고서에는 ‘2017년 6월 9일부로 해임을 통보하고 수령 즉시 업무가 정지된다’고만 기재돼 있고 장래 다른 날짜의 해고를 예고한다는 내용이 없는 등 해고 예고가 아닌 해고하는 통보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30일 전에 예고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얘기다.
재판부는 해임사유와 관련해서도 “해임을 할 때 사유는 구체적이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해임통고서에 기재된 것만으로는 어떤 행위가 해고 사유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단은 해임통고서에 해고 사유를 ‘교육청 감사와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여러 미숙함이 드러나 현직에 적합하지 않다’고만 적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법원 “구체적 사유·예고 없는 해고는 무효”
입력 2018-10-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