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모두 악화 우려… 주식 비중 줄여야”

입력 2018-10-15 04:04



최근 2주간 두드러진 코스피지수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기 호황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꼽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국내 경제는 당장 ‘위기’로 보기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하강 흐름을 타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11개월 만에 철회했다. 경제 하강 위험이 증시에도 미리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커지는 금융시장 불안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좋은가, 나쁜가. 14일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우선 한국 경제의 내수·수출이 악화된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 이창목 센터장은 “경제 펀더멘털이 증시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센터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최저임금 인상 등이 올여름 이후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경제 전망에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이 떠받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장인 78개월 연속 이어졌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내년 수출이 올해처럼 계속 좋을지 미지수다. 삼성증권 오현석 센터장은 “중국 경기가 부진한데,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좋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이 곧 막을 내린다는 관측도 부담이다. 대신증권 김재중 센터장은 “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올해 대부분 산업이 지난해 대비 성장을 못했다. 반도체 경기 전망이 ‘사실’이 되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센터장은 “한국은 유일하게 순수출과 재정투입으로 버티고 있는데 마지막 보루인 수출도 내년에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한국 경제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양기인 센터장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내수경기 하단을 지지하면서 2.6∼2.7%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센터장은 “한국 기업들이 생산성과 수익성 관리 측면에서 향상되는 등 위기관리 능력이 월등히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면서 리서치센터장들은 주식 비중 조절을 조언했다. 증시에서 단기 반등이 나올 수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극적 협상 등 몇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이상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형렬 센터장은 “직접적으로 말하면 지난해와 비교해 주식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경기 불안 요인들이 있으면 채권 가격이 올라가고, 채권은 기본적으로 이자가 나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임주언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