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제노역 여전한데…과료 3만원 못내 노역장 수감

입력 2018-10-14 18:10

수백억원대 벌금이 선고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향후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하루 1000만원 이상의 ‘황제노역’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료 3만원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료를 선고받은 163명 중 8명이 과료를 못내 노역장에 유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내지 못한 과료액은 모두 31만5000원이다. 1인당 3만9000원꼴이다. 지난해와 2016년에는 두 사람이 과료 3만원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됐다.

과료는 형법상 재산형벌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과태료와는 다르다. 2000원 이상 5만원 미만은 과료, 5만원 이상은 벌금으로 구분한다. 형이 확정된 뒤 30일 내에 벌금·과료를 납부하지 못하면 노역장에 유치된다. 과료는 30일 이하, 벌금은 1일 이상 3년 이하의 유치기간을 두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벌금’을 미납한 사람은 19만7883명이었다. 총 미납액은 12조7308억여원이다. 1인당 미납액은 6434만원이다. 최장 3년간 유치된다고 가정한다면 일당 5만8700원짜리 노역이 된다. 법원은 과료의 경우 통상 1만∼2만원을 1일 노역 일당으로 환산한다.

현행 형법이 벌금 규모와 상관없이 노역 유치 기간을 최장 3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형평성을 해치게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재용씨의 일당 400만원짜리 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이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도 벌금을 미납했을 경우 일당 1826만원, 1187만원짜리 노역을 하게 된다. 이는 법정 최저시급의 300∼400배 수준이다.

‘황제노역’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2016년 심재철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일당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같은 해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노역기간을 최장 6년으로 늘리도록 하는 일명 ‘전재용 방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의안 모두 표류 중이다.

금 의원은 “하루 1000만원 이상의 ‘귀족노역’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고액 벌금 미납자의 하루 일당에도 못 미치는 금액 탓에 163명이 전과자가 되고 노역장에 유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노역장 유치제도는 경제적 차이에 따라 불평등한 제도”라며 “과료를 경중에 따라 과태료로 변경하거나 폐지하고 고액 미납자의 경우 노역장 유치가 벌금형 대체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