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부패 재생산하는 전관 로비 커넥션 끊어내야

입력 2018-10-15 04:04
국민일보가 지난주부터 3회로 나눠 기획보도하고 있는 ‘전관, 로비… 反윤리’ 시리즈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전관(前官·전직 관료) 로비’의 실태를 잘 보여준다. 김앤장 등 6대 법무법인(로펌)의 공정거래팀 전체 인원 450명 가운데 공정위 출신이 51명으로 11%가 넘는다. 전 공정거래위원장부터 사무관 출신에 이르기까지 전직 공정위 직원들은 해당 법무법인에서 공정위 관련 사건과 관련해 맹활약하며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 2012∼2014년 공정위에 과징금 이의신청을 내 성공한 사례가 1건도 없었던 한 대형 로펌이 공정위 출신을 영입한 직후인 이듬해 5개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146억원 가운데 81억원을 깎은 사례는 ‘전관의 힘’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전관의 힘이 공직에서 체득한 전문성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은 그게 아니라는 걸 다들 안다. 공직에서 맺은 인맥이 힘의 원천이고 먹이사슬이 대물림되는 공생 관계가 이를 떠받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입 대상 전관은 공정위 출신들만이 아니다. 검사나 판사 등 법조계는 물론이고 국세청, 금융위원회, 국방부, 교육부, 금융감독원 등 소위 힘 있는 부처나 기관들을 중심으로 공직사회에 만연돼 있다. ‘관료들은 옷을 벗지 않는다. 전관으로 변신할 뿐’이라는 기사 제목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고위 공직자들의 유관기관 재취업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인 법무법인·회계법인에는 원칙적으로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지만 소규모 ‘새끼 법인’을 통해 우회 영입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퇴직이 예상되는 주요 인력들의 근무 부서를 2∼3년간 조정해 취업 제한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해 주는 경우도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취업 제한 심사를 엄정히 진행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전관 로비는 공익을 해할 개연성이 커 뿌리 뽑아야 한다. 부당한 로비로 인해 과징금이 줄어들면 국고에 손실이 발생한다. 공공기관의 법 집행을 왜곡하고 정책의 투명성을 훼손시킬 우려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가야 할 것이다. 미국처럼 퇴직 공직자들의 로비를 아예 양성화해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편법 취업을 차단할 장치를 마련하고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취업 제한을 위반할 경우 공무원 연금을 박탈하거나 삭감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들이 전관예우의 먹이사슬을 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관 로비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적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 적발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공직사회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