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감 수준 언제쯤 높아질까

입력 2018-10-15 04:04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채 안 됐지만 초반 분위기는 기대 이하다. 증인을 상대로 호통치고 모욕을 주거나 저급한 방식으로 튀어보려는 시도가 있는가 하면 정쟁의 장이 되는 모습도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감 첫날 증인으로 나온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상대로 알맹이 없는 질문을 했다. 야구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준비도 없이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연봉 액수와 판공비, 근무시간 등을 캐물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 당시 특정 선수를 특혜 선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따지겠다며 선 감독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선 감독으로부터 야구에 대한 교육만 받은 꼴이 됐다. 손 의원은 선 감독에게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악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동물원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와 닮았다는 이유로 벵갈고양이를 국감장에 들고 나온 것이다. 국감 현장에서 일어난 특이한 장면을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언론의 속성을 이용했다. 김 의원은 퓨마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NSC를 열고 사살을 결정했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 사실과 터무니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퓨마에 대한 학대를 주장하면서 정작 고양이를 학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감장에서 고성이 오가거나 정쟁을 벌이는 현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법사위에서는 국감 첫날 야당 의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답변을 요구하며 집단 퇴장한데 이어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사면 검토’ 발언을 문제 삼으며 다시 회의장을 나갔다. 이제 국감의 수준을 높일 때가 됐다. 20일 동안 753개 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관계로 가뜩이나 수박 겉핥기 국감이라는 지적이 많다.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