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치원·어린이집 ‘감사 결과 실명 공개’ 제도화하라

입력 2018-10-15 04:04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회계 부정 문제를 다루려던 토론회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사립유치원 연합단체가 토론장을 점거했다. 그들은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4220곳 사립유치원에 정부는 매년 누리과정 예산에서 2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돈은 각 유치원 운영자금의 45%를 차지한다. 수입의 절반을 세금에 의존하니 누리과정 파행 때마다 보육대란이 벌어진다. 그런 유치원을 ‘사유재산’이라 말하는 이들은 혈세로 주는 지원금을 정말 쌈짓돈처럼 쓰고 있었다.

2014∼2017년 감사를 받은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무려 5951건이나 비리가 적발됐고 총 269억원이 부정하게 사용됐다. 유치원 교비로 명품백을 사고 성인용품을 구매하고 노래방을 들락거리고 아파트 관리비를 냈다. 개인계좌에 1억8000만원을 챙겨둔 원장도 있다. 교재 거래에는 ‘깡’과 ‘리베이트’가 만연해 있었다. 모든 사립유치원을 비리 시설로 매도할 순 없지만 이 정도면 일부의 일탈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분노한 학부모들은 “뭘 믿고 아이를 맡기겠느냐” “유치원이 이러면 어린이집은 어떻겠느냐”고 말한다. 정부는 두 가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모든 초·중·고교와 국·공립유치원은 회계 흐름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쓰고 있다. 사립유치원만 민간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사립학교법상 엄연히 ‘학교’로 분류돼 있는데 특수성을 이유로 회계 관리의 예외 영역에 놓여 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투명한 감시망에 편입시키는 조치가 시급하다. 박 의원이 공개한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후폭풍이 인 것은 비리 유치원의 실명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교육청의 정례 감사 대상을 늘리고 일정 수위 이상의 부정이 드러난 유치원 명단을 공개토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명단 공개를 통한 학부모의 감시는 당국의 감시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막강한 이익집단이 돼버렸다. 휴업투쟁과 조직력을 무기로 중앙과 지방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개혁의 칼날을 번번이 피해 왔다. 그 결과가 비리로 불거진 것이다. 마침 내년까지 선거가 없다. 문제를 해결할 적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