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공동체 ‘오아시스’가 퍼진다

입력 2018-10-14 19:06
지난 12일 오후 인천 중구청 인근 ‘1000개의 문화 오아시스’ 참여공간 중 하나인 ‘빈스로드 커피&시네마’에서 미추홀구 숭의시장에 자리 잡은 ‘꼼지락 다락방’ 운영자가 자신의 운영 경험담을 소개하고 있다.

#1. 인천 미추홀구 숭의시장 한편에는 20㎡(6평) 남짓한 크기의 다락공간이 있다. ‘꼼지락다락방’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여러 명이 모여 2시간 동안 끙끙거리며 무언가를 만든다. 생활예술작품을 만드는 이 공간을 찾기 위해 월차를 내고 오는 직장인도 있다. 처음엔 어색해서 제대로 눈길도 마주치지 못했던 이들이 어느새 말꼬가 트이더니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가 됐다.

#2.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인근 벽화 골목에는 ‘사진공간 배다리’라는 간판이 있다. 시각장애인 학교인 인천혜광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가 만든 공간이다. 재직 당시 사진부 동아리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사진의 매력을 알려주던 교사가 퇴임 후 전시관과 작업실을 겸한 공간을 확보했다. 이 공간에서 훈련받아 사진작가가 된 시각장애인도 있다. 시각장애인 작품 전시회도 연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의 ‘1000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본격화된 이 사업은 기능을 상실한 유휴공간이나 버려진 공간, 도심 속 자투리 공간 등을 활용해 생활 속에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2022년까지 1000곳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12일엔 올해 처음으로 이 사업에 참여한 공간운영자 수십명이 자신의 사례를 공유하는 행사가 열렸다. ‘꼼지락 다락방’과 ‘사진공간 배다리’ 외에도 동구의 지역공부방, 미싱으로 소통하는 부평구의 공예마을, 빈집을 복합커뮤니티공간으로 만든 동구의 ‘별별공작소’ 등이 소개됐다.

중구 신포동에서 북카페를 운영 중인 발표자는 주민들과 작은 동화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명 정도의 주민은 원고작업이 80%가량 진척돼 오는 12월엔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동구의 ‘배다리 헌책방’ 운영자는 주민들의 도움으로 지역공동체를 살려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공동체 살리기 사업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태동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2년부터 마을예술창작소 사업이 7년째 지속되고 있고, 경기도 용인시 등도 비슷한 사업 추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생활SOC(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가난하면 팍팍하기 쉽다는 선입견과 달리 ‘1000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어디서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운영주체가 재능기부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 개선되고, 활동이 보장되면 이 공간들이 공공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글·사진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