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중에 마음에 ‘쏙’ 드는 교역자가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능한 젊은이였다. 그는 이력서에 ‘마약 술 음행 게임 등 온갖 세상유혹에 빠져 타락한 학생 및 젊은이를 돌이켜 진실한 크리스천을 만드는 것이 사명’이라고 썼다. 글이 마음에 들었다. 그를 초청해 설교를 듣고 직접 청빙위원들에게 추천했다.
그와 인터뷰도 진행했다. 다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급여가 문제였다. 자기는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는데 주의 종이 됐다며 그에 맞는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급여조건은 담임목사인 내가 받는 사례비의 두 배였다. 상담비와 교육 자료비, 심지어 카페에서 음료 마실 돈과 교통비, 대외활동비까지 청구했다.
교인들은 아쉬워했다. 신앙도 사명도 이력도 모두 좋았는데 말이다. 청빙위원 중 한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청소년부를 맡아 부흥시킨다 해도 담임목사 급여의 두 배를 주며 교육전도사를 쓸 수 있느냐”며 극구 반대했다. 당시 우리 교회는 새 성전을 지은 직후라 재정이 넉넉하지 않을 때였다.
밤새 고민했다. ‘돈이냐 사람이냐’ 선택을 해야 했다. 급여 청구액을 생각하면 괘씸한 생각이 들고 삯꾼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능력과 의지를 보면 우리 교회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당시 많은 한인 청소년들이 탈선하고 타락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장로의 아들은 친구와 마약범으로 잡혀 감옥에 잡혀있는 상황이었다. 기도 중에 빌립보서 4장 19절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기도 끝에 교육위원과 청빙위원들 앞에서 그를 교육전도사로 채용하자고 설득했다.
반대가 심했다. “담임목사가 교회 재정은 생각하지 않고 인사를 한다”고 불만을 표출하며 교회를 등지는 교인이 잇따랐다. 하지만 나는 그 교역자를 교육전도사로 임명했다. 불량 청소년의 영혼을 불쌍히 여긴 것이다. 두 달간 교회 재정이 휘청였다. 불평하는 교인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임명된 전도사는 청소년부를 크게 부흥시켰다. 특히 한 청소년이 알코올 마약 게임 등에 빠졌으나 예수님을 믿고 거듭나 새 사람이 됐다. 그 청소년은 열심히 공부했고, 교회학교 보조교사도 맡게 됐다.
그 청소년의 부모는 자기 자식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청소년사랑 학부형회’를 조직해 활발히 활동했다. 또 교육전도사의 급여를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상황이 바뀌니 그 교역자를 쓰는 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교인과 교회를 멀리했던 교인들도 돌아왔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면 기쁜 일이 생긴다. 영혼을 사랑하면 필요한 물질은 하나님이 채우신다는 원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