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3장에는 생소한 지명이 많이 등장합니다. ‘∼에 진을 치고, ∼에 진을 쳤더라’라는 끝없는 구절 속 지명들을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읽어 버리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의미를 알려고 하지 않았던 지명들은 사실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40년 세월을 기록한 것입니다.
라암셋과 숙곳, 호르산은 모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걸어왔던 길입니다. 백성의 불평과 반역, 회개와 은혜를 체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자신들이 걸어온 공간을 다음세대에게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자칫 지루해 보일 수도 있는 지명을 나열한 것입니다.
가나안에 정착해 살게 된 새로운 세대에게 이 지명은 낯설고 관심 없는 이야기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세대는 자신들이 걸어야 할 미래라고 느끼며 가슴 뛰었을 수도 있습니다. 성경의 역사를 통해 볼 때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은 때로는 선조들이 걸어왔던 길을 거울삼아 자신들의 삶과 신앙을 정비했습니다. 때로는 선조의 경험을 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과 신앙의 흔적을 다음세대에게 남긴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우리의 흔적이 그들에게 삶의 지표가 될까요. 아니면 어떤 감동도 없거나, 오히려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이름 없는 의병들이 망해가는 조선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모습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그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가 선조들의 피와 땀에서 비롯됐음을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그들 삶의 흔적이 우리 세대의 역사가 된 것입니다.
요즘 매스컴에 등장하는 수많은 어른의 이야기를 봅시다. 무시무시한 범죄와 추악한 리더들의 악한 영향력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어른들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하나님을 모르는 이와 같은 범죄와 그리스도인이라 하지 못할 만큼의 낯부끄러운 행태들이 다음세대에게 흔적으로 남겨질 것 같습니다.
우리 각자의 삶의 흔적은 어떤가요. 혹시 우리가 지나온 길이 다음세대에게 아무 의미 없는 잊힐 시간이 되지는 않을까요.
하나님 사람으로 사명을 갖고 산다는 것은 다음세대에게 의미 있는 사건들로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모세와 여호수아 다니엘이 그러했고 수많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러했습니다. 예수님 삶은 어떠했나요. 예수님 삶의 흔적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큼 강력하고, 우리를 구원할 만큼 놀라웠습니다. 예수님과 수많은 신앙의 선조들은 우리에게 하나님 은혜를 깨닫게 하고, 놀라운 십자가 사랑을 알게 하며 세상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하늘의 소망을 두고 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흔적이 우리의 역사가 된 것입니다.
우리도 지금 하는 일이 다음세대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고민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흔적이 다음세대를 병들게 하고 물질 등 우상을 섬기게 하며 하나님을 모르는 세대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믿음의 선조들이 그랬듯이 우리는 다음세대에게 역사가 될 수 있는 흔적을 남겨야 합니다.
오늘 하루 당신이 살아가는 그 길이 역사에 기록되고 다음세대를 위한 의미 있는 흔적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다음세대에게도 의미 있는 하루를 사십시오. 하나님 앞에 신실한 삶의 흔적을 남기십시오. 다음세대에게 비전과 도전을 줄 수 있는 하루를 사십시오. 무엇보다 부끄럽지 않은 흔적을 남기십시오. 우리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성실하고 신실하게 오늘 하루의 흔적을 만들어 갑시다. 우리의 아름다운 흔적이 다음세대의 아름다운 역사가 되길 소망합시다.
박준선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사관
[오늘의 설교] 당신의 흔적이 다음세대 역사가 된다
입력 2018-10-15 00:00 수정 2018-10-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