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 ‘꼼수’ 전관 스카우트… ‘새끼 법인’ 통해 영입

입력 2018-10-12 04:03
조세심판원 심판관 출신 A씨가 퇴직 후 삼정KPMG 계열인 성공세무법인에 입사했다며 한 조세심판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편법 영입된 前 조세심판관 대형 법인의 로비 업무 맡아
현직 조세심판관에게는 관심 가져달라고 문자 보내


최근 조세심판원 상임 심판관을 끝으로 삼정KPMG에 취업한 ‘전관(前官)’ A씨는 지난 6월 현직 조세심판원 심판관에게 여러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를 보낸 뒤 이어진 전화 통화에선 잘 봐 달라며 청탁했다. 삼정KPMG가 맡은 53억원 규모의 관세취소 사건에 신경을 써 달라는 취지였다.

퇴직 당시 고위공직자였던 그는 원칙대로라면 삼정회계법인에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퇴직한 뒤 3년간 연매출 100억원 이상 법무·회계법인에 취업하는 걸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가 공직자윤리법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세무법인이 연매출 50억원 미만의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취업 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대형 회계법인이 함께 일하는 ‘새끼 세무법인’을 둔다는 것은 업계에서 비밀도 아니다. A씨 같은 세무 관련 고위공직자를 영입하는 창구로 이런 방식을 활용한다.

장·차관급 고위공직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영입된 사례가 있다. 삼일PwC회계법인은 2010년 B씨 영입을 시도했지만 공직자윤리법이 걸림돌이 됐다. 같은 해 3월까지 고위직에 있었던 탓에 취업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법에 저촉을 받지 않는 수준의 계열 회사를 통했다. B씨는 삼일경영경제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삼일회계법인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세청 출신은 고위공직자가 아니라도 영입 대상에 오른다. 11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재취업 심사를 통과한 이들 중 2명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EY한영)에 재취업했다.

회계법인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나 국세청 출신 전관을 영입하는 이면에는 ‘머니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전체 회계법인의 매출액(2조4670억원)에서 세무 분야 매출은 7936억원이다. 이 가운데 4대 회계법인(한영·삼일·삼정·안진)이 벌어 간 금액은 2963억원에 이른다. 회계법인 1곳당 평균 7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세무 분야에서 올린 것이다.

이런 구조다보니 세정 당국에 로비를 할 수 있는 고위공직에 있었던 전관의 인맥을 탐낼 수밖에 없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세무 분야의 매출이 워낙 많기 때문에 회계법인이 포기할 수 없는 사업 영역”이라고 귀띔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