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 총액 하루 새 65조 증발… 사상 최대

입력 2018-10-12 04:01

미국 증시 추락이 큰 영향… 국감장서도 우려 쏟아져
최종구 “위기 대비책 있다”… 공포 커 당분간 관망 바람직


한국 증시가 미국 금리 상승 공포, 미·중 무역전쟁 확산에 국내 경기 부진까지 겹친 심각한 ‘합병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손해를 보면서 마구 팔아버리는 투매 현상에 코스피 시가총액은 11일 하루에만 65조원 증발했다. 하루 시총 감소 규모로 코스피 35년 역사상 최대치다.

11일 코스피지수가 4%대 폭락한 배경에는 전날 미국 증시의 조정이 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주요 기술주의 이익 훼손 우려 등이 미국 증시 하락 원인이다. NH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더 이상 미국 증시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정책에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날뛰고 있다(going wild)”고 공격했다. 연준이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자세를 취해 시장금리 상승, 증시 하락을 유발했다는 취지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시장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은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한국 금융시스템이 붕괴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위기에 대비한 비상대응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포심리가 금융시장 전반에 퍼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를 관망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도 증시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정다이 연구원은 “투매에 따른 하락폭을 회복하려면 2∼3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반등이 나올 때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당장 추세적 상승이 이어지기 어렵다”며 “달러화 가치 강세가 진정되고, 시장금리 급등세가 좀 진정돼야 반전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무역갈등 해소 가능성이 낮아 증시 조정 시점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은 코스피지수가 2100선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추가 하락이 없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의 보루였던 기업이익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데다 기업 투자 감소, 고용 부진으로 내수 흐름이 정체돼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성장 정체는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매 패턴에도 반영되고 있다. SK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외국인은 국내 기업들의 외형이 성장했던 지난해에는 채권보다 주식을 선호했지만 올해 들어 주식 매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야 할까. 대신증권 이경민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배당주, 내수주로 방어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승민 팀장은 “경기방어주 중 업황 불확실성이 높은 전기, 가스 등 유틸리티 업종보다는 통신업종이 좋다”며 “금리 상승은 은행·보험주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