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묻지 마’ 살인행위로 규정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군(軍) 전역을 4개월여 앞둔 청년 윤창호(22)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진 후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윤씨의 학과 동료들이 사고 이후 각계각층을 향해 ‘윤창호법’ 입법을 호소하면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윤씨의 친구인 김모(23)씨 등 고려대 행정학과 학생들은 11일 부산 해운대구 백병원에 모여 ‘윤창호법’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우리의 목표는 창호처럼 음주운전 사고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친구의 사고 사실을 알리고, 불행한 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도로 위의 살인 행위인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지난 2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10여일 만에 25만여명이 뜻을 함께 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전원에게도 메일을 보내 ‘윤창호법(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음주운전 2회까지 초범으로 간주하는 기준을 2회에서 1회로 변경하고, 처벌 기준이 되는 음주 수치 기준도 낮추자는 것이다. 음주사고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때는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산출신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정치권도 이들의 관심에 화답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은 최근 병원을 찾아 “음주 운전을 ‘묻지 마’ 살인행위로 규정하는 가칭 ‘윤창호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부산 해운대을)도 ‘윤창호법’ 제정에 찬성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윤창호법’ 입법 청원과 관련해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추석연휴를 맞아 휴가를 나왔던 윤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2시25분쯤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 교차로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박모(26)씨가 운전하던 BMW 승용차가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서 있던 윤씨와 그의 친구를 덮친 것이다. 윤씨는 충격으로 15m 이상 튕겨나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며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박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4%의 만취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음주운전은 살인”… 윤창호법 제정되나
입력 2018-10-12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