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제주 강정마을 방문 “한·아픔 위로… 사면·복권 적극 검토”

입력 2018-10-11 18:25 수정 2018-10-11 23:23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들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강정마을 주민들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을 찾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 대해 사과했다. 또 기지 건설 반대 시위로 사법처리된 주민들의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해군기지와 국제관함식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미래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귀포 앞바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뒤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를 찾아 주민들과 1시간20분간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해군 기지 건설과 관련해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아픔이 많을 줄 안다”며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지 건설이 결정된 노무현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에 강정마을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 기지 반대 시위자의 형이 확정되면 사면·복권을 검토할 뜻을 밝혔다. 2007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반대 시위를 벌이다 사법 처리된 주민과 활동가는 465명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해군기지와 관함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군사시설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 평화의 거점이 될 수 있다”며 “남북이 최일선에서 부딪친 판문점도 4·27 정상회담 이후 평화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 해군기지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과의 대치는 언젠가는 끝나게 돼 있다”며 “넓은 대양을 바라보며 해양 강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경남 진해 군항제를 예로 들며 “강정마을은 해군과도 상생할 수 있다. 크루즈 활성화도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화와 배치된다’며 관함식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관함식을 통해 강정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이제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미래로 함께 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해군기지와 관함식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민주노총 소속 200여명은 오전에 기지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와 인간 띠 만들기 등의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제주는 군사기지의 섬이 아닌 평화의 섬”이라며 관함식 중단을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인근 앞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관함식 반대 카드섹션을 벌였다. 이번 관함식에는 미국의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13개국의 함정 43척과 항공기 24대 그리고 46개국 대표단이 함께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